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의 요청으로 국민은행 전산 시스템 아웃소싱 업체 교체 문제와 관련된 검사에 돌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은행 감사실 측에서 은행 전산 시스템 교체의 적정성을 외부에서 검토해달라는 의견이 접수됨에 따라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내부 갈등의 씨앗이 된 것은 전산 시스템 아웃소싱 업체 교체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 4월 IT 아웃소싱을 기존의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6인의 사외이사가 중심이 돼 내린 결정이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IBM에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상당한 절감 효과가 기대돼 유닉스로 교체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유닉스 교체 쪽으로 이사회가 의견을 모은 후 IBM에서 가격을 내리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IBM과 IT 아웃소싱 계약을 맺은 주요 시중은행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뿐이며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닉스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감사는 이 같은 결정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내용의 감사 의견서를 제출했다. 전산 시스템 아웃소싱 업체 교체가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절차상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정 감사 측은 IBM이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나선 만큼 유닉스로의 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국민은행 이사회는 교체 결정과정에 문제가 없다며 감사 의견서 채택을 거절했다. 이렇듯 의견이 엇갈리자 정 감사는 이 같은 내용을 '중요한 경영사안'이라 판단해 금감원에 보고했으며 금감원은 이날부터 직접 국민은행에 대한 관련 검사에 돌입했다.
금융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단순히 이사회와 감사 간 갈등이 아닌 국민은행 지배구조 사이의 갈등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의 전산 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KB금융지주는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낸 반면 국민은행 일부 경영진은 정 감사와 함께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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