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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전선] '개도국 덤핑공세' 암초
입력1999-02-10 00:00:00
수정
1999.02.10 00:00:00
미국·유럽 등 해외 주요시장에서 국산제품과 경합하고 있는 중국·동남아·중남미산 제품의 덤핑공세가 갈수록 확산돼 수출목표 달성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이미 섬유·의류·주방용품·신변잡화 등 경공업 제품에서는 개발도상국의 파상적인 덤핑공세가 심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출 주력품목인 컴퓨터모니터·오디오 및 비디오·컬러TV 등 가전제품과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 등 석유화학제품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 중 60% 가량이 해외시장에서 중국·동남아·중남미산 제품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어 최근 경쟁국의 거센 가격인하 공세로 수출증대에 큰 타격이 올 것이 우려된다.
1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종합상사가 미국·유럽 등 해외 주요시장 동향을 조사한 결과 국산제품과 경합하고 있는 중국·타이완·인도네시아·타이 등 주요 경쟁국 제품의 수출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15~20% 가량 하락한 상태에서 팔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쟁국들의 가격하락 공세는 과거의 경우에는 일과성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지속적이고 파상적으로 이루어져 우리 기업들의 수출시장 개척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처럼 중국·동남아·중남미 국가들이 덤핑공세를 일삼고 있는 것은 그들도 세계 경기침체로 인해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KOTRA 파리무역관 박풍(朴豊) 본부장은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가격공세가 이어지면서 국산제품에 대한 현지 바이어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며 『일부 바이어들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아예 수출제안(오퍼)마저 거부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KOTRA 뉴욕무역관 구자윤(具滋潤) 관장 역시 『미국·캐나다 시장의 경우 중남미 지역 국가들의 가격공세 움직임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며 『연초 브라질 사태 이후 중남미 각국이 사실상의 외환위기에 직면해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 국가의 가격 덤핑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주요 해외시장에서 중국·동남아·중남미의 가격공세가 가장 거세게 집중되고 있는 분야는 가격의존도가 높은 섬유 및 의류·신변잡화 등이다.
중국·타이완·인도네시아산 폴리에스터 직물은 지난해말 미국 및 유럽 현지 공급가격이 1㎥당 2달러선이었으나 올들어서만도 일주일 단위로 0.1달러씩 가격이 하락, 최근에는 지난해말보다 20% 낮은 1.6달러선에 공급되고 있다.
또 중국 및 동남아산 와이셔츠는 지난해말 품목별로 3.7~4달러선이었으나 최근 가격인하 공세가 거세지면서 현지 공급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5~2.5달러선으로 하락했다.
주력 수출품목인 컬러TV·위성방송 수신기·오디오·비디오·컴퓨터 모니터 등 가전제품도 연초부터 중국·타이완·멕시코산의 무차별적인 가격인하 공세로 미국·캐나다·동유럽·중동시장에서 경합하는 국산제품과 평균 20~30%의 가격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유화제품 역시 올들어 동남아산 폴리프로필렌이 지난해말에 비해 30~40달러 낮은 톤당 400달러에 공급되고 있으며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역시 올들어 톤당 50달러 하락한 450~460달러선에 공급돼 국산 유화제품을 위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출상담을 위해 현지 바이어를 방문하는 우리 기업들이 변변한 상담조차 하지 못한 채 문전박대를 당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실제로 섬유직물을 수출하는 K사의 경우 최근 프랑스를 방문, 수출상담을 요청했으나 가격을 제시하자마자 품질 검토작업도 하지 못한 채 바이어로부터 상담을 끝내자는 홀대를 받았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섬유직물 및 의류·신변잡화 등은 이미 국산품 수출가격으로는 현지 바이어와 상담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최근 가전제품은 물론 국제적인 스폿시장이 형성돼 있어 가격인하 공세에 상대적으로 덜 시달려왔던 유화제품마저 타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지속적인 가격인하 공세에 밀려 바이어 관리에 몹시 애를 먹고 있다』고 전한다.
중국·동남아·중남미 국가들이 올들어 이처럼 지속적이고 파상적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세계경기가 둔화돼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소비는 줄어드는 반면 전세계 공급은 과잉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해 이후 중국·동남아 각국이 환율 불안정으로 달러 확보가 시급해지면서 밀어내기식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공세를 확산시키고 있다.
올들어 중국정부가 수출장려 및 기업지원책으로 수출품에 대한 증치세(增値稅·일종의 부가가치세) 환급률을 최고 17%(지난해 환급률 9~11%)까지 상향 조정한 것도 해외시장에서의 중국산 제품의 가격인하 공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밖에 그동안 과잉설비 투자에 나섰던 동남아 각국이 설비투자손실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적자수출을 감수하고 있는 점도 무차별적인 덤핑공세를 펼치게 하는 요인이다.
신원식(申元植) 무역협회 상무는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과 외환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동남아 각국, 브라질 사태 등으로 인한 중남미 각국의 덤핑수출은 사실상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면서도 『최근과 같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가격인하 공세가 이어진다면 반도체·조선 등 일부 수출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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