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김승유 회장과 김정태 차기 회장이 '젊은 리더들이 아직은 어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50대 초반에게 대형 금융지주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기기에는 부담스러웠다는 얘기다. 더욱이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섣불리 세대 교체를 단행할 경우 '젊은 리더'들이 뜻하지 않게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본격 세대 교체 이전의 '브리지형 인사'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김 회장도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 '안정'을 꼽으면서 "김종준 차기 행장은 실력과 인성 면에서 모두 탁월하고 최흥식 소장도 금융산업의 미래에 혜안을 갖춰 실무에 강한 김정태 행장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분"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직 안정 꾀하려는 김 회장 의중 반영='금융지주 사장 최흥식, 행장 김종준'카드는 그간 무성했던 하마평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김 회장이 사임을 공식화한 후 본인부터 '젊은 CEO론'을 화두로 꺼낸데다 외환은행의 인수로 내부적으로 조직 변화를 주도하려면 아무래도 과단성 있는 젊은 인재가 적합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던 탓이다. 특히 금융지주의 사장으로 선임된 최 소장은 하나금융과 인연을 맺은 지 1년 남짓에 불과한 사실상 외부인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의외의 발탁인 셈이지만 김 회장과 김정태 행장은 애초부터 시기가 시기인 만큼 패기ㆍ혁신과 같은 자질에 얽매이기보다는 관록과 실력을 두루 겸비한 인물을 전방위적으로 물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이번 인사는) 김정태 차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은행장 최종 후보에 오른 이현주 부행장도 능력면에서 출중하지만 지금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조직을 꾸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나와 지난 1980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한 김 차기 행장은 하나은행의 기업ㆍ가계금융 부행장을 거치며 능력이 검증된데다 2009년부터 맡은 하나캐피탈에서도 출중한 실적을 내 최종 낙점됐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금융연구원장 출신의 최 소장은 영업통인 김 행장이 부족할 수 있는 전략ㆍ기획 업무에 치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파열음 최소화하며 통합 모색=이번 인사가 쇄신보다는 조직 안정에 방점이 찍히면서 하나금융 지주의 색채도 이전보다 부드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어수선한 조직을 추스를 필요가 있고 외환은행과의 통합작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는 입장이다. 새로운 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갈 길이 구 만리라는 얘기다.
이번 인사는 그런 과정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조직 내 내홍과 외환ㆍ하나은행 간에 갈등 소지를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젊은 CEO론이 불발되면서 상대적으로 시니어 계층이 두꺼운 외환은행의 조직도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줄게 됐고 하나금융 지주 내에서도 계열사 조직의 자율성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이 노련한 인사를 한 것 같다"며 "외환은행과의 업무조율 등 통합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김정태 행장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는 적임자를 뽑았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