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기업 ㈜대상의 전분당 사업부 직원들은 요즘 동남아 등지로 해외 출장이 잦다. 2~3년 전만해도 내수 시장에만 치중해 가끔 원재료 확보 차원에서 남미 등에 나가는 일 외에는 해외 출장이 없다시피 했음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이들이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를 들락거리는 이유는 똘똘한 업체를 인수해 현지 시장에서 곧바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규모가 작고 기업들간 영역 침범이 빈번해 출혈 경쟁으로 흐르기 쉬운 국내 시장만 바라봐서는 희망이 없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지난 2008년부터 동남아 시장에서 M&A(인수합병)에 공을 들여온 대상은 올해 대어(大漁)를 낚는다는 목표다. 16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화의 직행 티켓으로 간주되는 현지 기업 M&A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상을 비롯해 CJ제일제당, 사조그룹 등 내로라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면서 올 한해 해외기업 M&A나 합작, 제휴 등에 성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해외에서 사업 파트너가 될 만한 기업을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고 있다. 특히 중국은 우선 순위 1위의 시장으로 꼽힌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지난 연말 중국의 설탕 업체와 인수 계약서를 쓰기 직전까지 갔지만 막판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식품, 바이오 등 분야를 불문하고 매물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 미국도 그간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정지 작업이 꽤 진행된 곳이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옴니와 애니천을 인수, 미국 시장 공략의 전초 기지를 마련한 CJ제일제당은 올해 교포사회를 넘어 일반인들에게도 CJ표 제품을 판다는 각오로 현지 기업과 제휴, 합작 법인 설립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작업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는 2013년까지 매출의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올린다는 목표"라며 "현금 자산만 5,000억원 넘게 있는 만큼 시너지만 난다면 현지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 수산물 가공 업체 2곳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인 사조그룹은 수산 자원 확보 차원에서 해외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롯데제과, 동원F&B, 롯데칠성 등도 인수 대상 목록에 수시로 해외 기업을 올리는 기업군에 속한다. 지난 2008년 이후 비비카(베트남 식품), 길리안(벨기에 초콜릿), 콜손(파키스탄 제과) 등을 사들인 롯데제과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화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관련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식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M&A를 통해 이런 문제를 타개하려는 시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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