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고용노동부와 노사정위에 따르면 정부는 내부노동시장의 기능적 유연성을 제고하고 고용·근로조건 조정을 둘러싼 소모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계약 해지와 근로조건 변경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 초안을 마련했다. 이는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밝힌 바와 같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기준을 명확히 해 부당해고 소송과 같은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 장관은 "고용조정의 요건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해고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낳고 있다"며 "고용관계가 도저히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에도 그 기준과 절차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 및 격차완화 대책을 마련해 내년 3월까지 노사정위 논의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추진한다는 내용도 초안에 담았다.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향상뿐 아니라 비정규직·중소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차별시정 강화 등을 통해 노동시장 내 격차가 완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더불어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현안문제는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노사 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노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에서 기본합의를 도출하고 오는 22일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노사정 공동선언을 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얻는 것은 없고 잃는 것만 가득한 내용'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저성과자에 대한 근로조건 조정이나 최악의 경우 해고를 할 수 있도록 기준·절차를 마련하면 사실상 해고요건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부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안을 기초로 이야기할 수 없어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특위 관계자들은 이날도 모여서 논의를 이어갔으나 뾰족한 해답을 구하지는 못했다. 기본합의를 위한 협의에서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따라서 19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극적인 타결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결국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위해 노력하고 현안과 주요 과제에 대한 논의를 개시한다는 정도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합의가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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