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손해보험사들의 자산운용이익률이 3%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자산운용이익률이 악화되면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보험료 인상을 가로막고 있어 보험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6일 삼성ㆍ현대ㆍ동부ㆍLIGㆍ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가 제시한 2013년(4~12월) 투자이익률(자산운용이익률) 전망치에 따르면 현대해상과 LIG손해보험은 각각 3.67%, 3.9%를 제시했다. 두 손보사의 투자이익률 전망치가 3%대로 내려앉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현대해상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한창이던 2008년과 2009년 각각 5.0%, 4.7%의 투자이익률을 기록했고 LIG손보는 같은 기간 이보다 높은 6.0%, 6.3%의 이익을 올렸다.
나머지 손보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3%대까지 제시한 곳은 없지만 그렇다고 목표치가 월등히 높은 곳도 없다. 삼성화재가 제시한 올해 투자이익률 목표치는 4.0%이며 동부화재와 메리츠화재는 각각 4.3%를 제시했다.
투자이익률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보험료 인상 가능성은 높아졌다.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금리인 공시이율은 크게 시중 지표금리와 투자이익률로 구성되는데 투자이익률이 낮아지면 공시이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에게 약속된 이율을 줘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업비 등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보전받아야 한다. 보험료를 올려 받아야 하는 유인이 커지는 것이다.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이익률이 떨어진다고 해서 바로 보험료에 전가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험료를 인상하기도 어렵고 투자이익률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만한 대안을 마련하기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의 고질병이 된 자산운용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두 갈림길에서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시도할 수 없는 딜레마를 겪고 있는 것이다.
보험료 인상 건만 해도 보험사들은 올 4월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보험료를 인상하려 했지만 보험료를 올리지 말라는 금융 당국의 강력한 권고로 결국 보험료를 동결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그나마 규모의 경제가 되는 대형사들은 투자 자산의 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이들에 비해 자산의 규모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뒤처지는 중소형사는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며 "현재로서는 보장성 상품의 비중을 늘리는 것 외엔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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