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이듬해인 지난 1993년, 박성수(62·사진)이랜드그룹 회장은 임직원들과 중국 전역을 기차로 여행했다. 구석구석 모든 도시를 돌아보고 거대 시장 중국의 미래와 이랜드의 성장 밑그림을 찬찬히 그려나갔다. 박 회장은 당시 중국인 대다수가 입고 있던 인민복과 단조로운 색상의 복장을 보고 패션 시장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떠올렸다.
이듬해 박 회장의 '차이나 드림'은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중국 진출 처음부터 '옷을 사랑한다'는 '이롄(衣戀)'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이랜드는 고가 브랜드 전략과 철저한 현지화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브랜드는 국내와 같더라도 디자인과 생산은 중국에서 별도로 진행하며 시장 차별화를 꾀했다. 박 회장의 선견지명은 결실로 맺어졌다. 중국 진출 20년, 이랜드는 티니위니·로엠 등 42개 브랜드·7,0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2조4,000억원(2013년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그룹 매출의 4분의 1을 중국 대륙에서 얻고 있는 셈이다. 상하이 빠바이반 백화점, 베이징·심천 등 중국 주요 도시 고급 백화점에는 이랜드 브랜드가 15∼30개 씩 입점돼 있다. 특히 이랜드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으면 중국 백화점 운영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현지인들에게는 명품 부럽지 않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박성수 회장은 중국 신화 창조에 안주하지 않고 아시아 전역으로 세를 떨치기 위해 새 도전에 나섰다. 이랜드는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에 제2기 복합 물류센터·연수원 착공식을 갖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2011년 완공한 제1기 물류센터(10만㎡)에 이어 2기 물류센터(34만㎡)가 완공되면 상하이시에 축구장 60개 규모(연면적 44만㎡)에 달하는 대규모 복합 물류센터가 건설되는 것이다. 이는 상하이시가 외자 기업에 허가한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라는 게 회사 측 전언이다.
총 2,000억 원을 투자, 4개 동으로 구성될 2기 복합물류센터는 2018년께 완공 예정이다. 연간 물동량은 패션의류 기준으로 3억3,000만 장에 달한다. 1기 물류센터보다 4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기존 상하이 1기 물류센터가 중국 내 상품 공급을 수행해 왔다면 2기 물류센터는 최근 진출한 대만, 홍콩 등 범중화권 수요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을 책임지는 '글로벌 물류 인프라'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2,000여 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직원 연수원 시설도 갖춰 추후 중국 내 3만여 명의 현지 직원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직원들의 교육과 연구개발(R&D)지원 센터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상하이 제2기 물류센터·연수원 착공으로 박 회장은 '아시아 패션 기업 1위' 꿈 실현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서게 됐다.
박 회장은 "상하이 2기 물류센터는 이랜드가 아시아 전역에 제2, 제3 중국 성공 신화를 퍼뜨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회장은 올 신년사를 통해 2021년 해외매출 비중을 60%로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200대 기업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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