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비중이 큰 국내 상장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환율하락으로 큰 폭의 외환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외환 거래 규모가 큰 12월 결산 상장사 100곳 가운데 61곳이 외환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1,797억원)와 LG전자(115억원), LG디스플레이(1,088억원) 등 외환 거래 규모가 큰 3개 업체 모두가 지난해 외환순손실을 봤다. 이들 100개 기업의 총 외환순손실 규모는 5,519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해 환율 움직임만으로 적어도 기업당 50억원 이상을 허공에 날린 셈이다. 보통 기업들은 원자재를 구입할 때나 제품 판매 등을 할 때 매출채권ㆍ매입채무를 이용해 외상으로 우선 계약을 하고 나중에 납입하거나 받게 되는데, 외화 표시 자산으로 거래를 했을 경우 그 사이에 나타난 환율 변동에 따라 차익ㆍ차손이 발생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원자재 구입액 보다 매출액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가치가 높아질수록 손해는 커진다. 지난해 기업들의 외환순손실 폭이 컸던 것은 하반기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대서 1,100원대로 급격하게 떨어짐에 따라 이 시기에 성수기가 집중돼 있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외환손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전기, 서울반도체, 삼성테크윈, LG이노텍 등 대다수의 IT기업들은 지난해 외환순손실을 기록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올해도 계속해서 원화강세 흐름이 지속될 경우 특히 IT, 자동차 등 수출기업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들 기업이 올해 어느 정도 수준의 환율하락은 예상했던 만큼 현 환율 수준 정도에선 실적목표를 채우는데 큰 지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떨어지면 매출 규모가 큰 수출기업일수록 손해를 피할 수 없다”며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올해 평균 원ㆍ달러 환율로 봤던 1,050원 수준엔 아직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펀더멘털 상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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