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기간제 계약직 제도를 폐지한다. 특히 현재 채용된 1,132명의 기간제 계약직원은 전원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일괄 전환한다.
'원샷인사'로 은행권에 파격을 몰고왔던 조준희(사진) 기업은행장이 시도하는 또 한 번의 인사실험이다.
기업은행은 2일 고용기간을 정해 일하는 기간제 계약직 1,132명 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일괄 전환하고 향후 채용도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기간제 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일괄 전환시킨 적은 지난 2007년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등 두 차례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일괄전환은 일회성으로 실시됐을 뿐 채용제도에서 기간제 계약직 자체를 없앤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기업은행의 이번 조치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조 행장의 인사철학에서 비롯됐다. 조 행장은 지난해 고졸채용의 첫 불씨를 켜 전 금융권의 릴레이 고졸채용을 이끌어냈고 상ㆍ하반기에 각각 실시된 두 차례 원샷인사에서는 보일러공을 지점장으로 발령하는 등의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조 행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을 꼭 필요한 곳에 배치하는 것이 인사의 원칙"이라며 "이번 무기계약직 전환을 통해 조직 내 신분상의 위화감을 없애 기업은행만의 문화를 다시 한 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환대상 기간제 계약직은 창구텔러와 전화상담원ㆍ사무지원ㆍ본부서무ㆍ비서ㆍ일반전문직군 등이다. 특성화고 출신은 지난 2011년에 채용한 직원부터 지난해 12월에 입행한 직원까지 총 176명이 포함돼 소외되는 직원이 없도록 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만 59세까지 정년보장과 함께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복지가 제공되며 일정 요건을 갖추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산업은행도 이달 중으로 새로운 개념의 인사제도를 실시한다. 기업은행과 달리 정규직을 일반직과 무기계약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무기계약직 전원을 일반직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앞으로 무기계약직을 없애 일반직만을 뽑기로 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모두 국책은행이어서 인사제도 개편에서 시중은행보다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이 동참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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