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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엑소더스'… 나흘새 1조1000억 넘게 팔았다

中 증시 불확실성 고조에 신흥시장 비중 축소 불똥

6월 순매도 규모 넘어

이번주가 최대 고비될 듯


중국 증시 상장기업 절반가량이 거래정지를 신청하자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시장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마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전일 대비 30포인트 넘게 떨어진 1,983.78까지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 하락 폭이 둔화되며 0.58%(11.60포인트) 오른 2,027.81에 장을 마치며 5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1,990선을 밑돈 것은 지난 3월16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날 장중 최저치와 최고치의 차이만 무려 44.03포인트에 달한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날보다 30포인트 이상 내린 695.94에 거래되며 장중 700선이 무너졌다가 다시 빠르게 낙폭을 줄이면서 0.03% 하락한 726.01에 마감했다.

이날 국내 증시를 요동치게 만든 것은 중국 증시가 최근 급락하면서 한국 등 신흥시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증시부양을 위해 많은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중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계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001200) 리서치센터장도 "중국 증시 급락의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 중국이 최대 수출국인 한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시장의 영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이날 코스피지수 움직임은 상하이종합지수와 거의 같은 흐름을 보였다. 장 초반 코스피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는 동반 급락했지만 오전11시부터 두 지수가 함께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국과 한국 증시 모두 장 막판까지 비슷한 흐름을 보이면서 결국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와 중국 증시의 동조화 현상은 외국인 자금의 흐름에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분석한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490억원어치를 내다팔며 지난 3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이달 들어 매도 강도가 더욱 거세진 외국인은 최근 나흘간 1조1,346억원을 팔아치우며 이미 지난달 순매도 규모(1조494억원)를 넘어섰다.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이달 1~7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평균 422조104억원으로 이 기간 전체 시총 평균치(1,296조2,461억원)의 32.56%로 집계됐다. 이는 월 평균 기준 2011년 8월(31.9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증시 폭락으로 상장기업의 절반이 거래정지를 신청하면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외국인들이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006800) 투자전략팀장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외국인들이 위험자산 중 하나인 신흥시장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한국 증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떠나가는 외국인의 귀환 조건으로 그리스 사태 해결과 중국 증시의 안정화를 꼽았다. 변준호 센터장은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이번주까지가 최대 클라이맥스가 될 것"이라며 "중국 증시의 급락세가 진정되고 그리스 이슈가 잘 해결된다면 외국인들도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008560)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중국과 달리 고평가 논란도 없는데다 기업 실적 개선세도 뚜렷한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본격화됐다고 해석하기는 아직 무리"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증시가 출렁거리자 '최근 우리 증시상황에 대한 판단'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리스와 채권단이 진행 중인 협의와 중국 정부의 증시부양 의지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우리 증시는 여전히 투자 매력을 가지고 있다"며 시장의 투자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나섰다. 금융당국이 올해 들어 시장에 직접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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