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아시아 지역에 비해 월등한 성과를 기록하며 많은 투자가의 주목을 받았지만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의 여파로 다른 신흥국과 같이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대규모 자금 유출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테이퍼링에 따른 신흥국 불안이 지나쳤다는 의견과 함께 현시점을 아세안 시장의 매력적인 매수기회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세안이 여전히 매력적인 장기 투자처로 꼽히는 것은 아세안 시장이 갖는 막대한 구조적 잠재성장력 때문이다. 먼저 아세안은 인구가 6억명에 달하며 젊은 층과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곧 소비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의미한다. 이러한 내수부문의 급격한 성장세가 과거 선진국 위기에도 동남아 국가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 등의 소비 증가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세안은 젊은 인구구조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저임금·양질의 노동력을 공급,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아세안 국가들의 임금 역시 올라가고 있지만 절대적인 임금 수준은 아직 낮아서 지속적인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아세안은 2015년 자본시장 통합을 목표로 지역 내 교역을 확대하면서 선진국 경기의존도가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기변동성 면에서 아세안 경제를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 한편 아세안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통화 절하와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 등을 바탕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누적돼 외환보유액이 대폭 증가했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7,000억달러를 초과해 아세안 국내총생산(GDP) 비중의 32%를 넘어섰다.
아직까지는 아세안 지역이 미국 테이퍼링에 여전히 취약하다고 판단되지만 인도네시아의 무역수지 개선 및 태국과 필리핀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등의 고무적인 신호도 나오고 있다. 또 현재 태국의 정치적인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태국의 밸류에이션은 현재 매력적인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히 필리핀은 아세안 지역의 새로운 강자 중 하나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필리핀 정부는 공항 개발을 지원하는 자국 대기업 및 외국인 투자가들과 민관협력사업(PPP)을 전개하는 한편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는 등 광범위한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아세안 시장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아세안 시장 전체가 갖는 구조적인 성장 잠재력과 더불어 각 국가가 처한 경제·정치 상황을 모두 세밀히 살펴보고 투자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위기 속에서도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선 현재가 아닌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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