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잇단 소송까지… 상장사 골머리

경기불황으로 잔뜩 움츠린 국내 상장사들이 잇따라 소송에 휩싸이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인터넷서비스업체 아이디엔은 지난 5일 법원으로부터 채권압류와 추심명령을 받았다. 아이디엔은 2007년 ㈜엘앤피아너스로부터 35억원을 차입한 후 일부를 변제했지만 엘앤피아너스의 채권자들이 당시 자금을 모두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디엔에 대해 채무이행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압류명령까지 받은 상태다. 아이디엔의 한 관계자는 “엘앤피아너스에서 회수하지 못한 어음들이 채권자들 사이에 옮겨 다니며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며 “채무부존재가 확정됐으므로 원인채권에 대한 무효확정 절차를 진행하면 모두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엔은 올 들어 소송 관련 공시만 11건이나 냈다.

연예매니지먼트업체 예당컴퍼니는 3년간의 대여금 반환 소송을 진행한 끝에 최근 2심에서 승소했다. 예당컴퍼니는 2009년 서태지컴퍼니∙웨플러스 등과 함께 서태지콘서트를 연다는 계획을 세우고 대신자산운용의 펀드로부터 투자금 42억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대신자산운용이 22억원만 투자하고 나머지 20억원은 펀드매니저의 횡령 사건으로 집행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결국 공연이 무산됐다.

이에 대신자산운용은 “공연이 실제 이뤄지지 못한 만큼 계약금 차원의 우선집행금액은 반환돼야 한다”며 집행된 투자금 22억원의 반환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9억4,000만원의 지급 판정을 받으며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우선 집행한 22억원은 이미 공연 준비 자금으로 모두 사용해 반환이 불가능하며 공연 무산의 책임은 대신자산운용에 있다”는 예당컴퍼니 측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대신자산운용은 현재 상고를 고려 중이다.



또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은 하나캐피탈로부터 미술품 추정시가를 잘못 제시했다는 이유로 최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지분 투자하면서 담보로 받은 미술작품 5점의 추정시가가 높게 매겨져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옥션은 “미술품의 가격은 매매 당시의 상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는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추정 최저가의 93% 이상으로 담보 설정한 하나캐피탈의 잘못”이라는 입장이며 “이 소송으로 인해 이미지를 훼손하게 돼 맞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밖에 건설업체 서한은 금호산업으로부터 20억여원의 손실분담금 청구소송을 당해 1심에서 패소했다. 서한은 소송 여부를 뒤늦게 공시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또 태양광업체 넥솔론은 위탁가공비 등과 관련해 필리핀업체 퍼스트(First)PV사 등과 101억여원 규모의 소송이 진행 중이며 제약업체 대한뉴팜은 원고 측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2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상고심까지 재판을 진행하게 됐다.

국내 상장업체들은 크고 잦은 소송들이 줄을 이으며 한숨이 커진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으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소송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한 코스닥 상장업체의 관계자는 “영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데 소송비용까지 고려하게 돼 회사 차원에서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