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재정부장관 맹비난 '파장' <br>투기세력 제재 환율상승 유도 시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은행들에 대해 환율 전망을 속여 중소기업들에 환율 헤지 상품을 팔아 막대한 손실을 입힌 사기꾼이라고 맹비난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강 장관의 잇따른 강성 발언은 외환시장의 투기세력 제재 등을 통해 원ㆍ달러 환율을 1,000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4T CEO과정 총원우회가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개최한 조찬 세미나에 참석해 “외환시장에 잘못된 세력이 있는데 정부가 방치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으며 투기세력이 있으면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 장관은 금융기관 등을 겨냥해 “투기세력보다 더 나쁜 세력은 지식을 악용하고 선량한 시장 참가자를 오도해 돈을 버는 S기세력(사기꾼 또는 투기꾼)”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은행이) 잘 모르는 중소기업한테 환율이 더 떨어질 거다, 2~3년까지 환율이 절상될 거다 하며 환율 헤징을 권유해 수수료를 받아 먹는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이날 “최근 환율이 1,000원 전후로 올라가면서 계속 악화되던 여행수지의 추세를 바꿔놓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전날 장관 취임 후 첫 브리핑에서도 “대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내외적으로는 경상수지가 핵심 목표”라며 지속적인 환율상승을 유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최중경 재정부 제1차관도 지난 2일 “환율 시세조종을 하는 세력이 있는지, 특히 대형 은행들이 이 같은 시세조종을 하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해 실제 조사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환사기나 투기와 관련해 아직까지는 은행을 검사할 계획이 없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은행들이 편향된 환율예측만 가지고 헤지 상품을 팔아 수수료 수입을 챙긴 반면 중소기업들은 손실을 본 사례가 많다”며 “외환시장은 일부 딜러들의 놀이터가 아니다”라고 비판해 여운을 남겼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도 “검사계획이 없지만 재정부나 한국은행에서 요청하면 공동 검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강 장관의 발언,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의 영향으로 장중 한때 전날보다 8원60전까지 올랐다가 차익성 매물이 나오면서 2원60전 오른 989원5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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