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초대 총재 지명자가 지난 8~9일 이틀간의 짧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방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총재 지명 이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지만 주무부처 장관에다 경제부총리, 대통령까지 면담한 것은 외교적으로도 이례적인 환대라는 평가다.
중국 주도로 창설되는 AIIB 최고 실력자의 위상과 영향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앞으로 그가 우리나라에 통 큰 선물을 안겨줄지 주목된다. 우리가 기대하는 선물은 AIIB에서 총재와 함께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부총재직과 함께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 참여 기회다.
10일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진 지명자는 지난 이틀 동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의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진 지명자가 측근들에게 "일정이 너무 빡빡해 숨 쉴 틈도 없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진 지명자는 지난 8일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귀빈실로 이동해 해외 출국을 앞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곧이어 숙소인 신라호텔로 이동해서는 그를 기다리고 있던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최태원 SK 회장을 줄줄이 면담했다. 면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업인들은 AIIB가 앞으로 투자할 아시아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진 지명자는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으니 적극 참여하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명자의 첫날 만찬은 경제 수장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함께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이 AIIB 부총재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AIIB 이사회가 비상임으로 출발하고 총재·부총재 등 집행부 중심으로 움직이는 만큼 부총재직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음 날도 아침부터 바쁜 일정이 이어졌다. 대한상의 주최 국내 기업·금융인 간담회에 이어 기자 간담회까지 소화한 그는 홍기택 산업은행장과 오찬 회동을 했다. 오후에는 청와대로 이동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서울청사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면담을 한 뒤 오후7시 비행기로 출국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AIIB 창립 준비 과정에서 다른 회원국들과 주도권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부총재직 확보는 물론 우리 인재들이 AIIB의 다양한 직책에 진출하고 기업 협력의 교두보를 놓으려면 진 총재의 마음을 얻는 것이 필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