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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호 촬영현장] 쫓고 쫓기는 남녀 애틋한 사랑ㆍ액션

“안징(安靜)”이란 메가폰 소리가 들리자 곳곳에 있던 스탭들이 말을 받아 주위를 조용히 시킨다. 이어 무술감독의 “레디-이. 이, 얼, 싼!”의 사인과 함께 3m높이에 있던 김효진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고, 100m 먼 발치에 있던 정준호가 말을 타고 뒤쫓는다. 카메라에 잡힌 모습은 김효진의 와이어 액션이 부자연스럽고 정준호를 태운 말은 달리는 건지 산보를 하는건지 알수 없이 형편없다. 여러 번의 리허설을 통한 촬영인데도 그림은 신통치 않다. 바로 이광훈감독은 홍콩의 무술감독 위안더와 중국의 촬영감독 뤼에와 함께 TV모니터를 살피면서 각각 배우들의 연기와 말의 동작을 세심히 살피면서 보충얘기를 나누고 곧바로 재촬영에 들어갔다.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과 그들의 운명을 뒤흔드는 천년호수의 저주를 그린 액션멜로극 `천년호(千年湖)`(제작 한맥영화, 투자 배급 시네마서비스)의 중국 야외 로케장의 모습이다. 정준호는 신라의 용맹한 장군인 주인공인 비하랑역, 김효진은 비하랑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지만 1천년전 고대 부족장 아우타의 원혼이 씌이는 바람에 고통받게 되는 비련의 여인 자운비역을 맡았다.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비하랑을 사랑해 질투심에 사로잡히게 되는 진성여왕역은 김혜리가 맡았다. 중국 남동부 저장성(浙江省)의 고도 항저우(杭州)에서 서쪽으로 60여㎞ 떨어진 린안(臨安) 근교의 울창한 숲에 지난 11일 밤8시부터 공개된 촬영장면은 아우타의 혼령이 들어간 자운비가 공중을 날아가자 비하랑이 말을 타고 이를 뒤쫓는 대목이다. 김효진은 와이어를 달고 액션연기를 수차례 반복하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없이 잘 진행해줘 스탭들의 칭찬을 받았다. 촬영장에는 한국 중국 홍콩 주요 스탭진 100여명과 의상 소품과 발전기차량등을 관리하는 스탭등 50여명을 비롯해 어디서 알고 왔는지 인근의 구경꾼들까지 합쳐 300여명의 사람들이 분주히 오간다. 중국에서 100% 촬영되는 `천년호`는 신라의 국운이 기울 대로 기운 9세기 말 진성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자운비ㆍ비하랑ㆍ진성여왕의 엇갈린 사랑과 당대의 혼란스런 사회상과 신라 건국시조 박혁거세에게 전멸당한 아우타족의 원한을 겹쳐놓았다. 60년대 신상옥 감독의 `백발마녀전`을 뼈대로 삼아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과 초대형 액션 장면 등으로 새 살을 입힌다. 이광훈 감독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하는 비극적 운명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외형적 볼거리로 포장만 한 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탄탄하게 구성해 관객이 줄거리에 푹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천년호`는 `아나키스트` `비천무` `무사`에 이어 중국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되는 네번째작품이다. 처음으로 합작이 아닌 협작을 택했고 스태프들도 국영 스튜디오겸 제작사 격인 제편창(製片廠)을 통하지 않고 개별 계약을 맺었다. 작품은 2월 중순경 중국 로케를 마치고 수중장면 보충촬영과 녹음ㆍ편집 등을 거친 뒤 7월 극장가에 간판을 내걸 예정이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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