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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대통령 연두회견/특별기고] 개혁, 흔들림 없이…

[金대통령 연두회견/특별기고] 개혁, 흔들림 없이…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 교수·동서문제연구원장 김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함께 선별적인 부양정책을 적절히 구사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현재의 경제난국이 4대부문의 개혁부진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강력한 구조조정과 선별적인 부양정책을 조합하면 경제는 하반기부터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피력했다. 특히 오는2월 말까지 공공부문과 노사관계의 개혁을 완수하고 이해관계의 갈등과 대립에는 원칙과 법질서를 엄격히 준수해 강력한 정부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성장률 6%와 물가상승 3%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므로,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회견에서 특별히 새롭게 제시된 정책은 많지 않지만 강력한 구조조정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상당히 고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경기침체로 인해 구조조정이 후퇴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가 대통령의 희망대로 모두 움직인다면 누군들 걱정하겠는가. 새해가 되면 해마다 이런 약속이 되풀이된 것도 사실 아닌가. 따라서 대통령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체감경기가 회복될 때까지는 위기감이 사라지거나 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가 많겠지만 그동안 정부가 자업자득으로 쌓아온 불신과 위기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장밋빛 환상이 되지 않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가지 명제를 잊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IMF 이후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3년 전 우리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이 됐던 그 많은 부채는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금융권을 맴돌며 종금사와 투신사ㆍ 은행을 차례로 멍들게 하고 부실채권만 누적시켰을 뿐 아직도 근본적으로 해결된 게 별로 없다. 공적자금으로 그 부채의 일부를 메우고 있지만 아직도 금융기관들이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의 근본원인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른 역경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외환위기라는 외부의 불균형은 해결됐지만, 부실채권에서 비롯된 내부의 불균형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가 바로 금융시장의 경색인 셈이다. 따라서 공적자금을 과감히 투입, 기업금융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장 절실한 현안이다. 물론 공적자금의 투입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이것 역시 오늘의 문제를 다음 세대로 연기할 뿐 부실채권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기업 경쟁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기업이 흑자를 내야만 부실채권이 감소하고 부채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과 구조조정의 목표도 경쟁력 회복에 집중시켜야 한다. 다행히 기업 경쟁력의 중요성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확고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지금까지의 개혁은 결코 경쟁력 제고와 일치하는 방향에서 추진된 것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사회정의와 형평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법치보다는 국민정서에 따라 우왕자왕해 기업환경의 개선과는 역행하는 결과를 낳은 경우도 많았다. 물론 수백년 동안 형성된 사회질서와 제도를 일시에 개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력을 경쟁력 회복에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의 투자 마인드가 회복되고,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며,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인용한 대로 경제는 기업가와 소비자의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 이들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는다면 어떻게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겠는가. 개혁의 방향성이 결코 인기주의에 영합해 흔들려서는 안된다. 끝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생존할 수 있는 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열린 경제에서는 오늘의 시장여건이 유동적이고 내일의 환경은 더욱 불확실하다. 따라서 유연성을 가진 경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의 관료 시스템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근로자와 경영자의 역할이 불분명하고 노사현장에서 법질서와 시장경제의 기본 틀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 땅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겠는가. 오늘의 회견이 무지개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위기의 병소(病巢)를 정확히 치료할 수 있는 명의가 돼야 한다. 방향이 제대로 설정된 개혁이 강력하게 추진되면 경제는 항상 정직하게 반응한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 교수, 동서문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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