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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업계의 맏형인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과 '글로벌'을 양대 축으로 내걸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넥슨으로의 지분 매각과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사상 초유 사건을 겪으면서 얻은 경험을 발판으로 올해부터 글로벌 게임시장을 주도하는 전문 게임 개발사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김택진(사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신년회에서 "엔씨소프트에게 2013년은 절벽을 딛고 정상에 올라야 하는 해"라며 "모바일 DNA로의 완벽한 진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모바일 게임이 글로벌 게임시장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이상 기존처럼 온라인 게임만 주력해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모바일 게임시장 진출을 위한 엔씨소프트의 행보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모바일 게임 자회사 핫독스튜디오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모두의 게임'이 대표적이다. 하나의 게임 내에 다양한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이 게임은 퍼즐 게임과 액션 게임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최근 누적 다운로드 1,000만건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게임 명가'로 불렸던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게임시장에 제대로 안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내놨지만 단번에 이를 불식시켰다.
올해 상반기에는 일본 최대 모바일 게임업체 그리를 통해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인 '리니지-두 번째 달(리니지 모바일)'을 내놓는다. 이 게임은 기존 PC에서만 가능했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를 사실상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으로 개발한 것이어서 벌써부터 글로벌 게임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 수요가 풍부한 일본에 먼저 출시해 경쟁력을 검증한 뒤 다른 온라인 게임도 속속 모바일용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해외시장 공략에도 시동을 걸었다. 엔씨소프트는 올 하반기 중국에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앤소울'과 '길드워2'를 현지 게임 서비스업체인 텐센트와 공중망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중국 게임시장은 스마일게이트(크로스파이어)와 네오플(던전앤파이터) 등 국내 업체들이 주도했지만 정작 엔씨소프트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블레이드앤소울은 지난달 중국 최대 게임포털 17173닷컴으로부터 올해 기대되는 온라인 게임 1위에 선정되는 등 중국 게임머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북미와 유럽을 겨냥해 작년 8월 출시한 길드워2 역시 엔씨소프트의 대표적인 '효자 게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PC 패키지게임으로 출시된 길드워2는 최근 누적 판매량 300만장을 넘어섰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일렉트로닉아츠(EA)의 '스타워즈-구공화국'과 트라이온월드의 '리프트'가 각각 200만장과 100만장 가량 판매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적이라는 평가다. 작년 12월 미국 타임으로부터 '2012년 최고의 게임' 1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전략 게임 출시에 주력하는 한편 기존 게임업체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기능성 게임과 교육용 게임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게임을 통해 개선함으로써 색다른 방식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지난달에는 태블릿PC용 학습 애플리케이션 '우리동네 곤충친구'를 선보였고 지난 5일 막을 내린 평창 동계 스폐셜올림픽에는 지적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기능성 게임 '인지니'와 '에이에이씨'를 선보여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앞으로도 게임과 교육을 접목한 기능성 게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기업 가치를 한층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넥슨에 지분을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감축한 것이 결과적으로 엔씨소프트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한 걸로 보인다"며 "올해 모바일과 글로벌시장에서 얼마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느냐가 엔씨소프트의 향후 10년을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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