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 쓰지도 못할 사업비를 총 수조원대로 부풀려 내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균형재정 기조를 맞추기 위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한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실질적 성과가 없거나 엉터리로 성과를 포장한 사업에도 예산이 배정됐다.
재정사정이 빠듯하다며 대규모 경기부양이나 적극적 복지확대에 난색을 보인 정부였지만 정작 돈을 부실 사업비로 대규모로 책정해놓고 정작 필요한 민생예산에는 야박했던 셈이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년도 정부 성과계획서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3년도 예산안에서 성과달성이 불확실하거나 성과측정 자체가 잘못된 사업 등 43개 문제사업에 지난해보다 8,984억원(16.6%) 늘어난 6조2,979억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다고 밝혔다.
현정부의 대표적 대학등록금 완화대책인 일명 '든든장학금(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ㆍICL)' 제도는 뻥튀기 사업비 책정의 전형으로 꼽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 ICL 대출목표를 22만명으로 잡아 올해 목표치(47만5,000명)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음에도 관련예산은 2배 가까이 증액(올해 1,593억원→내년 2,977억원)했다. ICL은 매년 목표치만큼 대출 지원하는 데 크게 미달했으며 올해도 1~7월 실적이 25만명에 불과해 목표달성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국토해양부의 '재정비촉진시범사업지원' 사업의 경우도 내년 성과목표치가 70%로 낮게 잡혔음에도 내년 예산은 오히려 올해보다 141%나 늘어난 2,050억원이 배정됐다. 이 사업은 처음 시작된 지난 2009년 이후 해마다 배정된 예산도 다 쓰지 못했던 부실집행 사업이었다.
'정부 성과계획서 평가'는 예산안 가운데 인건비ㆍ경상경비 등을 제외한 사업비의 성과목표를 정해 평가하는 보고서로 국회의원들의 예산안 심의에 참고자료로 쓰인다. 올해의 경우 정부 총지출의 68%만 평가 대상에 포함됐는데 이를 감안하면 정부의 예산 부풀리기 규모는 1조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부실한 목표설정을 근거로 편성된 예산은 당장 국회 통과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연례적으로 집행이 부진한 사업, 성과달성이 불확실한 사업 등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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