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 살 겁니다. 현대차도 좋지만 반성 좀 하라고…" "삼성전자 옴니아가 아이폰 상대는 아닌 것 같고요…." 최근 자동차 및 정보기술(IT) 시장에서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수입제품에 대한 일부 누리꾼들의 댓글이다. 구입을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수입품에 열광하며 세계 정상권에 들어선 국산 제품과 비교하고 있다.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안방'에서는 되레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와 휴대폰, 이미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제품인데도 수입제품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 제품의 품질이 탁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더욱 새롭고 다양한 것을 찾으려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내수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제품과 기업에 대한 반감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수입차 업체, 특히 도요타 브랜드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한국토요타는 첫 출시한 캠리 등 4종의 모델을 지난 10월 529대, 11월 830대나 팔았다. "당초 올해까지는 월 500대로 수량을 제한했지만 노후차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고객들의 요구가 빗발쳐 내년 물량을 앞당겨 들여왔다"는 게 도요타 측의 설명이다. 이중 판매량이 가장 많은 캠리는 7일까지 4,700대가 계약됐다. 이미 내년 한해 동안 판매할 물량 대부분이 계약된 셈이다. 이달 중 계약해도 내년 하반기에나 차를 출고할 수 있다. '도요타 돌풍'은 국내 수입차 시장의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브랜드 파워와 검증된 품질,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도요타의 선전에다 경기회복 징후가 가시화되면서 현재 6% 수준인 수입차 점유율이 내년 말이면 8%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오는 2105년을 전후로 한 장기적인 수입차 점유율 전망 15%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에는 수입 소형차까지 쏟아져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피아트가 한국 시장 재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도요타는 준준형급인 '코롤라'를, 닛산은 박스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큐빅'을 판매할 예정이다. 피아트가 도요타만큼의 브랜드 파워로 출시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지만 소형차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만큼 이 시장에서 내수 고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또 코롤라는 준중형 시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차종. 도요타가 캠리와 같은 가격 전략으로 코롤라를 도입한다면 중형 시장과 마찬가지로 준중형 시장도 잠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들 모델의 판매가격은 2,000만원 중후대에서 결정될 것이 유력하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욕심을 낼 수 있는 가격인 만큼 국산차 고객이 수입차로 이동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처럼 현대ㆍ기아차 같은 국내 완성차 업체가 세계적 기술력을 자랑하는데도 일부 수입차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소비자들이 고가의 수입차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력이 향상됐고 그만큼 국내 완성차의 탁월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더욱 새롭고 다양한 신차를 찾으려 한다"고 진단한다. 밀려 오는 수입차의 물결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차도 조급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이미 신차 출시와 함께 다소 인상하는 것으로 내수시장의 가격정책은 짜인 상황이다. 새로운 모델과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캠리의 대항마로 기아차 K7이 나왔고 쏘나타 2.4 모델과 2010년형 그랜저도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도요타 등 일본 차를 대상으로 한 고객들의 저울질은 여전하다. 또 다른 차급에서도 내년에 신차를 쏟아내며 시장 수성에 나설 계획이지만 올해보다 더욱 치열한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을 수입차 업체들과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하반기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부터 반사이익을 누리게 해줬던 국내 완성차 업체인 GM대우ㆍ쌍용차 등과도 내수시장을 놓고 격돌할 공산이 크다. 쌍용차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GM대우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면 이들 업체도 그간 현대차 등에 뺏겼던 시장 찾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이미 다양한 모델의 출시가 예정된데다 여기에 환율까지 차츰 떨어져 수입차의 가격 경쟁력까지 높아지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내수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라며 "수입차 판매가 활성화될 적절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체질개선이 끝나는 내년 하반기 즉, 2011년 신모델 출시 시기를 전후해 내수시장의 새로운 판도 변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