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임진년 새해를 맞아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금융산업은 국가경제의 격을 높이는 플랫폼이 돼야 하는데 KB금융지주가 모범을 보이겠다"며 "국내 대기업에 대한 캐시 매니지먼트를 제공해 국내 금융사가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시장을 개척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캐시 매니지먼트란 은행이 기업을 대신해 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대신해주는 자금관리 도우미를 말한다. 이를 활용하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현지법인의 자금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다 현금흐름도 쉽게 알 수 있어 재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씨티글로벌과 HSBCㆍJP모건 등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문인력을 가진 몇몇 은행들만이 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어 회장은 캐시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앞세워 국내 대기업들이 가진 니즈(needs)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전세계를 상대로 한 캐시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당장에 실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공략지역을 아시아 등 일부 지역으로 한정했다.
어 회장은 "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은행(IB) 부문의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국내 금융사들은 인력이나 글로벌 네트워크 등 모든 부문에서 아직 부족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일할 수 없다"며 "다만 국내 대기업과 관련한 부문에서 틈새시장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가 러시아에 생산시설을 짓는 프로젝트와 호주 정부가 광산을 개발하는 사업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국내 금융사에는 전자가 접근성이나 생산성 면에서 더욱 뛰어나다는 얘기다.
어 회장은 "국내 대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엄청난 수익성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씨티나 HSBC 등과 같은 글로벌 은행들에 시장을 다 빼앗겼다"며 "글로벌 IB를 말하기 전에 일단 캐시 매니지먼트 시장부터 확실히 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