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을 둘러싼 사기행각과 도덕적 해이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현직 병원장과 보험설계사가 짜고 병이 가벼운 환자를 입원시켜 십억원대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단이 덜미를 잡혔다. 특히 이들은 가짜 환자, 이른바 나이롱 환자에 대한 단속을 피하기 위해 휴대폰을 병원에 두고 돌아다니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처럼 보험금 누수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하자 인식의 전환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보험금을 줄이려는 구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서울지방경찰청은 입원 기록을 허위로 꾸며 민간보험금과 국민건강보험 급여 등 20억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로 서울 용산구 A한방병원 원장 김모(45)씨와 보험설계사 김모(56)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또 가짜 환자 행세를 한 홍모(42)씨 등 61명과 보험설계사ㆍ병원 관계자 12명 등 총 73명을 불구속 입건하도록 했다. 병원장 김씨는 지난 2008년부터 브로커 5명과 짜고 보험가입자들이 자신의 병원에 수주씩 입원한 것으로 진료기록을 작성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3억원가량의 보험급여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험설계사 김씨 등은 새터민을 상대로 입원수당이 높은 보험계약을 1인당 3~12개씩 체결하도록 한 뒤 보험모집 수당 3억원을 챙겼으며 가짜 환자 행세를 한 가입자들은 보험금 14억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 특히 이들은 보험사기 단속을 위한 휴대폰 발신지 추적에 대비해 가짜 환자의 휴대폰 수십개를 병원에 보관한 사실이 밝혀졌다. 간호사들이 수시로 통화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처럼 꾸민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례가 예상되는 만큼 병원과 보험사기 브로커에 대한 조사를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또 이번에 적발된 병원과 보험가입자들이 과다 수령한 14억원가량의 보험금은 관련 보험사로 하여금 회수 조치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매년 1조9,000억원의 보험금이 보험사기로 새고 있는데 4인 가구 기준으로 계산하면 보험사기로 가구당 지불하는 보험료가 매월 14만원씩 늘어난다"며 "보험설계사가 허위입원 등 보험금 사기 방법을 알려주며 보험가입을 권유할 때 보험범죄신고센터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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