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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특목고가 강남아파트 대책인가
입력2003-10-23 00:00:00
수정
2003.10.23 00:00:00
남문현 기자
정부가 내주 발표할 부동산 종합대책을 놓고 관련기관의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강북에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짓는 문제와 관련, 재정경제부ㆍ서울시와 교육부ㆍ서울시교육청의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 한마디로 학교 설립을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판단하고 있는 재경부 등은 종합대책에 `강북지역 교육환경 개선방안`을 포함시킬 태세인 반면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등은 절대적 반대입장이다.
결론부터 말해 교육문제는 강남부동산가격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지금도 각종 특목고는 강남보다 강북에 더 많고, 강북지역 특목고 학생의 상당수를 강남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강북에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등을 추가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신설 강북지역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교의 일정률을 강북학생으로 한다는 이른바 강북 쿼터제의 도입을 강남아파트 대책인양 제시하고 있으나 이 역시 탁상공론 수준이다. 서울시는 강북 길음 뉴타운 계획을 세우면서 2007년께 그 지역에 자립형 사립고를 증설하되 강북학생 비율을 80%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학부모들이 보기에는 우습기 짝이 없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강북 주민들로서는 하나가 더 세워지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강북학생으로 채워지는 특목고가 기존의 특목고처럼 많은 수요를 유발할 것으로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강남아파트에 대한 투기수요가 가라앉지 않는 한 강남의 학부모들이 자녀진학을 위해 아파트를 팔고 강북으로 이사를 갈리는 만무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기존의 특목고는 전국에 개방하면서 강북의 신설 특목고는 해당 지역주민에게 입학우선권을 준다든가 강북 뉴타운에 사설학원단지 등을 조성한다든가 하는 방안은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만 훼손시켜 국가적으로도 득보다 실이 많은 방안이라고 판단된다. 더욱이 이 같은 방안이 정부 부처간에 이견 조정절차도 없이 중구난방 식으로 발표돼 찬반간에 혼란만 가중됨으로써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미 일부 조사에서 밝혀진 바 있지만 강남의 고교졸업생들이 가장 성적이 우수한 것도 아니고, 소위 상위권 대학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닐 뿐더러 진학 후 더 훌륭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강남의 고교졸업생들이 강북보다 상대적으로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은 전적으로 더 많은 사교육을 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제도는 교육제도로서 개선점을 찾아야 하며 결코 부동산 대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약 30년을 지켜온 고교평준화 시책을 허무느냐 마느냐에 달려있으며 이는 백년을 내다보고 판단해야 할 정책이라 할 것이다.
<남문현기자 mo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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