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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맞아 '13억 인구의 거대한 대륙' 중국을 향한 국내 기업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중국의 각별한 인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중국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는 만큼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삼성의 중국 사업 확대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 시장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중국에 삼성의 미래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수시로 중국을 오가며 현지 인맥을 쌓고 중국에서 진행 중인 사업들을 직접 챙기는 등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주로 일본에서 경영 구상을 하고 일본 인맥을 만들어온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특히 서울대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한 이 부회장은 중국 문화에도 조예가 깊어 중국인들과의 미팅 자리에서도 자신의 전공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보아오포럼 기간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어와 일본어는 할 줄 아는데 중국어도 좀 배워둘 걸 그랬다"며 중국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가장 자주 찾는 해외출장지도 중국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한 뒤 자오정용 산시성장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보아오포럼 참석, 6월에는 먀오웨이 공업정보화부장(장관), 류엔둥 부총리와의 회동에 이어 시안 공장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을 안내하기 위해 다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올 들어서도 이 부회장은 2월 중국에서 왕양 부총리와 협력관계를 논의하고 4월 보아오포럼에서는 리커창 총리와 만나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출장까지 합하면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방한하는 시 주석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2010년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당시 부주석이던 시 주석과 면담한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보아오포럼에서 또다시 만나 이틀 연속 자리를 함께하며 끈끈한 인연을 과시했다. 이에 앞서 시 주석은 저장성 당서기 시절이던 2005년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2007년에는 중국 쑤저우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은 시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별도의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드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시 주석의 숙소인 신라호텔에 임시로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장에 시 주석을 초청해 직접 첨단제품과 기술을 설명하고 개별면담도 가질 계획이다. 시 주석 역시 방한 기간에 중국을 대표하는 동물인 판다 한쌍을 삼성이 운영하는 에버랜드 동물원에 임대 형식으로 기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중국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만큼이나 중국이 삼성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중국 내 순매출액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40조1,512억원으로 같은 기간 22% 줄어든 국내 순매출액(22조7,833억원)을 압도했다. 삼성전자가 지역별 매출에서 중국을 따로 명시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중국 매출이 한국 매출을 추월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올 1·4분기에도 중국 순매출액(9조8,181억원)은 국내 순매출액(5조7,901억원)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보아오포럼에서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출장 기간) 제일 놀란 것은 중국의 시 주석부터 정부 관리들까지 한국과 삼성에 대해 너무 많이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특히 중국 연구소가 있는데 거기에 삼성을 연구하는 TF팀이 따로 있더라"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강연 주제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국가는 중국이다. 시 주석의 방한을 하루 앞둔 2일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의 강연 주제 역시 '한중관계 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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