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과 아침 식사를 마친 주부 박주연(37)씨는 돌아오는 주말에 먹을 과일과 반찬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쇼핑몰에 접속했다. 평소 장을 보는 대형마트가 정기 휴무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날씨도 덥고 마트대신 시장에 장 보러 가기가 부담스럽다"면서 "마트가 쉬는 날에는 집에서 TV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로 웬만한 건 구입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 시간을 통제한 후 TV홈쇼핑과 온라인 시장이 팽창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요일 휴무로 대형마트 매출이 줄어든 만큼 전통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 유통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TV홈쇼핑과 소셜커머스 쇼핑몰 업체들이 두 자리 수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GS홈쇼핑은 올 상반기 5,087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17.2% 성장했다.
CJ오쇼핑은 같은 기간 4,953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18.9%, 현대홈쇼핑은 3,869억원으로 작년 보다 8%가량 증가했다.
소셜커머스 업체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소셜커머스 종합사이트인 다원데이의 '소셜커머스 2012년 상반기 결산'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올 상반기 2,600억원, 티켓몬스터는 2,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두 업체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비해 영업 제한으로 영업일수가 줄어든 대형마트의 성적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는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보다 2.5% 감소했다. 특히 의무휴무 등 영업제한이 본격화 한 지난 4월(-2.4%)이후 5월(-5.7%)과 6월(-7.2%) 3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은 데 이어 7월(-8%)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같은 추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았던 2009년 이후 처음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극심한 소비침체로 부진한 것도 있지만 일요일 의무휴업 확대가 적잖은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대형마트 영업 시간 제한으로 재래시장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TV홈쇼핑과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어부지리 효과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SSM을 강제로 누르니까 다른 곳(TV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이 튀어 나오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재래시장의 매출이 늘었다면 괜찮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은데 '과연 누구를 위한 강제휴무'인지 정부와 정치권이 고민을 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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