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5일 '외국인 채권투자 유입 추세, 낙관은 금물'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상황은 한국이 안전자산시장이라기보다는 대체투자처로 매력이 부각된 것"이라며 "한국 채권시장도 어느 정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5월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신흥국 금융 시장에서는 자본이 대거 이탈했지만, 한국 시장에는 오히려 유입되는 추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튼튼한 기초체력과 원화의 위상 강화 등으로 원화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최 연구원은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외국 투자자들이 원화 자산을 사들이리라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최근 유입세는 외국 자본이 잠시 위험을 피하려는 목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입세가 앞으로 둔화할 것이라며 QE 축소로 글로벌 유동성이 줄면서 채권 투자자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돈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금리차가 줄고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 심리도 약화할 것으로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의 원화채권에 대한 투자 속도도 한풀 꺾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채권 투자는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에 2조원이 빠져나가며 순유출로 전환했다. 지난 5월말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던 외국인 원화채권투자 잔액도 지난 9일(99조5,843억원)에는 다시 100조원대 아래로 내려갔다.
최 연구원은 "걱정스러운 점은 외국인 자금 유입이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라며 "자금 이탈이 현실화될 때 시장이 더 크게 반응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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