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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현대미술 신세대의 시각
입력2003-11-02 00:00:00
수정
2003.11.02 00:00:00
박연우 기자
경부고속도로 천안인터체인지를 나와 시내로 들어서다 보면 왼쪽으로 현대식건물이 멋드러지게 넓게 있어 외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니면 고속버스를 타고 천안터미널에 내리면 `여기가 천안맞아?`면서 주위를 둘러보게된다.충남 천안시 신부동에 위치한 천안터미널과 그 주변의 갤러리아 백화점과 야우리 백화점과 멀티관은 도심에서 만나는 터미널이나 쇼핑몰과 다른 분위기를 준다. 야우리 백화점 건물 외형에는 대형 계단을 이용해 남녀가 건물을 오르는 설치미술이 있는가 하면, 주차장안으로는 유명작가의 대형 조각물들이 수없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형태의 조각들을 한꺼번에 한자리에서 늘 만나는 것이 서울 도심에서도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곳은 천안의 명물이 돼 주말이면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2만평 부지의 이 건물들 주인은 ㈜아라리오(회장 김창일). 아라리오의 또다른 볼거리는 2년전 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 요즘 이 갤러리에서는 영국 현대 미술의 흐름을 주도했던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화제다. 현재 국제무대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면서 가격상승폭이 높은 젊은 작가 10명의 작품30점을 모아 선보이는 영국 현대 미술 `British Contemporary-The New Art History`전이 그것이다.
참여작가들은 데미안 허스트, 마크 퀸, 트레이시 에민, 샘 테일러 우드, 존 아이작스, 길버트 앤 조지, 게빈 터크, 게리 흄, 안토니 곰리, 제이크 앤 디노스 채프만 형제 등이다.
이들은 yBa(young British artists)라 불리며 1980년대 영국 현대미술을 풍요롭고 다양하게 이끌어온 작가들. yBa는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엘리트주의적인 미술을 조금이나마 대중화시켰고, 영국 미술사상 최고의 성공을 자랑하는 현상이라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전시된 작품들 모두가 아라리오 갤러리 소장품이어서 더더욱 눈길을 끈다. 김창일씨가 지난 5년간 꾸준히 세계를 돌며 콜렉터한 작품들이다.
일부작품은 갤러리에 예전 걸렸던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이 최근에 들어온 것들이다. 전시작품 총 가격은 잘 알 수 없으나 80년대 후반 영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던 데미안 허스트 (Damien Hirst)의 `Hymn`은 250만달러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작품의 현재가는 구입가보다 배이상 오른것으로 알려졌다.
관객들의 첫 인사를 받는 작품은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높이 6m의 대형 사이즈의 허스트 작품 `Hymn`으로 의학용 인체 모델을 변형시킨 작품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Jesus`라는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플라스틱으로 인체의 뼈대를 만들고 전구와 전기 장비들을 사용해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이다.
마크 퀸은 자신의 피를 직접 뽑아 5년간 모은 것을 굳혀 인간의 머리를 만들었다. 인간의 몸에 흐르는 총 혈액양과 동일한 약 4ℓ로 제작된 `Self`를 통해 작가는 몸의 순간적 현존과 그것이 지닌 미를 포착한다. `Self`는 1991년 처음 만들어졌으며 이번 작품은 세번째이다. 퀸은 이 같은 작업을 죽을때까지 5년마다 한 작품씩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작품 구입가는 5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샘 테일러-우드는 모든 미디어 장르를 망라해 작업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Soliloquy Ⅷ`와 `Brontosaurus` 두 작품이 나왔다. 특히 `Soliloquy Ⅷ` 는 눈을 가린 남성 이미지아래로 나체의 인물들이 밀폐된 공간속에 모여있는 모습을 촬영한 작품.
눈을 가린다는 것은 무의식의 세계, 인간의 숨겨진 욕구를 의미한다. 나체의 남자가 혼자서 슬픈 음악에 맞춰 느릿느릿 춤을 추는 비디오 설치 `Brontosaurus`는 우리가 혼자있을 때 해봤을법한 행위를 작품으로 만들어 현대인의 감추어진 모습과 욕망을 드러낸다. 작품의 강한 에로성 때문에 `18세이상 관람가`의 제한구역으로 구분돼 관객에게 보여진다.
고백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기까지 한 트레이시 에민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작품의 주요소재로 삼는다. 선보이는 작품은 `Remembering 1963`. 블랭킷 시리즈 중 가장 좋은 작품?중 하나로 꼽혀 현재 세계적인 콜렉터 사치가 자신에게 팔라는 주문을 집요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1970년대부터 이미 획기적인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길버트 앤 조지(Gilbert&George)는 매춘, 동성애 등 비주류 문화를 시각화시켜 현대적 도시 풍경화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Twelve`는 잡지에 실린 동성애 광諮?함께 동성애자인 자신들의 사진을 넣어 동성매춘이라는 문제를 부각시킨다.
제이크 앤 디노스 채프만 형제(Jake and Dinos Chapman Brothers)의 `Untitlable`은 독일 나치의 인간살상을 주제로, 절단된 신체들과 기이하게 변형되어 환생한살인귀들의 모습을 작은 인형 사이즈로 제작한 작품이다. 현대 사회에서 폭력이 아무 거리낌없이 상업화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041)551-5100
<박연우 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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