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공백 현대車] 새로운 자세 정립을 도전자 정신 되살려 "위기를 기회로""각종 사업 큰 차질 없다" 대외적 홍보 시급임직원들 실추된 자존심 회복도 서둘러야전문가 "글로벌 톱5 향해 침착한 대응을" 관련기사 "가격 올려? 말어?" 현대차 미국서 '진퇴양난' "정회장 구속, 현대차에 전화위복될 수도" 현대家, 겉으론 '중립' 속으론 '득실계산' 분주 "해외딜러 이탈 방지에 총력" 노조게시판 '자성의 글' 봇물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 대한 검찰 구속이 임박했던 지난달 25일. 딕 아드보카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울산공장을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현장 근로자들의 환대 속에 쏘나타 생산라인 등을 둘러본 그는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와 몸짓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2006 독일월드컵이 불과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벌써부터 독일로 향하는 터라 아드보카트 감독의 울산공장 방문은 무척이나 좋은 ‘홍보소재’가 될 법했지만 현대차는 이 같은 사실을 대외에 한 토막도 알리지 않았다. 검찰의 본사 압수수색 이후 44일, 정몽구 회장의 구속 열흘째를 맞아 ‘MK 리더십’이 급속히 붕괴되면서 ‘전략 부재’ 상태에 빠진 현대차의 현주소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면서 대내외 악재들이 파도같이 쉼 없이 밀려오는 상황이 벌써 한달 보름.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이 벌써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다. “총수 구속 이후 ‘경영 진공’ 상태가 이어지면서 그룹의 성장동력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는 비상상황에서 이를 적극 알려봐야 무슨 효과가 있느냐”는 체념이 기저에 깔려 있는 듯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세계를 향한 행진’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지금이야말로 현대차 구성원 모두가 가장 현명해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도전자의 ‘야성(野性)’을 잃지 마라”=현대자동차 체코공장 건설의 실무총책을 맡고 있는 김인서 글로벌전략실 상무. 그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매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3월 말 체코 측과 양해각서(MOU) 전단계인 ‘계약조건 체결’에 서명한 후 벌써 40여일째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잔 날이 없었다고 한다. 김 상무는 “그동안은 체코 측에 전후사정을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해왔다“며 “하지만 체코 총리까지 직접 한국을 찾겠다고 할 정도로 목을 매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일단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체코공장의 위상과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정 회장이 복귀하지 못하면 착공 테이프를 끊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 김 상무는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해 일단 해외공장 건설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정 회장 등 고위층이 착공식에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라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글로벌 톱5’를 외치며 야심차게 진군하던 도전자의 전투력과 자부심이 사라지고 있다. 재계를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 역시 현대차의 이 같은 표류를 안타깝게 지켜보면서도 “그렇다고 전략 부재의 진공 상태에 빠져 하릴없이 표류하는 것은 현대차는 물론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그동안 현대차의 고속질주를 이끌어온 원동력은 ‘글로벌 톱5’를 향한 MK의 강력한 추진력과 임직원들의 자부심과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최근의 위기상황에 대한 해법 역시 이 같은 ‘정신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글로벌 메이커 도약의 선두 주자답게 국내외 글로벌 사업들을 최대한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예정된 주행’에서 아직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 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 동요하는 국내외 소비자들과 현대차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는 국민들을 그나마 안심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위기가 클수록 침착이 최대 무기’=“현대차는 그동안 정 회장의 빠른 판단과 추진력에 의존해왔다. 이 때문에 (총수 공백 이후) 이를 대신할 경영시스템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자 고민이다” (현대차의 한 고위임원) 최근 검찰은 정 회장 구속에 따른 현대차의 경영차질 등을 감안해 ‘옥중경영’을 일부 허용하는 등 경제계의 부정적 여론을 해소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정 회장은 이에 따라 지난 주 검찰 조사실에서 아들인 정의선 사장을 잇따라 만나 경영문제 등을 논의하는 등 기본적인 회사 경영상황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미 구치소와 검찰을 오가며 추가 조사까지 받고 있는 정 회장이 이를 통해 경영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 이상의 실질적인 ‘옥중경영’을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말단 생산현장까지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임직원들의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시켜 각자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비상경영’”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쟁업체들이 분초를 다투며 치고 나가는 현실 속에서 열악한 조건이나, 불행한 처지만 되뇌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말이다. 시장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 “현대차 구성원들은 본연의 도전정신을 잃지 마라”고 당부하며 “위기가 클수록 침착해야 피해가 적다는 만고의 진리를 구성원 모두가 깊이 인식할 것”을 요구했다. 입력시간 : 2006/05/0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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