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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유통업계 최초로 선보인 자체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이 도입 1년 만에 기로에 섰다. 택배업계의 반발을 수용한 정부가 로켓배송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쿠팡의 야심찬 실험이 자칫 좌초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법규의 규정이 모호해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업계의 현실을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이달 중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여부를 유권해석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주요 물류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통합물류협회가 국토부에 이의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검토 결과 로켓배송을 사실상 불법 택배업으로 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쿠팡의 로켓배송 차량이 영업용이 아닌 개인용이고 로켓배송 서비스에 사실상 택배비가 포함됐기에 위법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택배차량은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부착해야 하지만 쿠팡은 로캣배송 차량 1,000여대를 회사 명의의 하얀색 번호판으로 운행한다. 쿠팡처럼 자체 배송하는 대형마트는 모두 영업용 차량을 쓰거나 이를 보유한 운수업자에게 서비스를 위탁하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세탁소의 세탁물 배달 차량이나 음식을 배달하는 음식점 차량도 모두 영업용 번호판을 부착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 2001년 헌법재판소가 백화점의 무료 셔틀버스 운행을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점을 들어 로켓배송에게만 특혜를 줄 수는 없다는 논리를 든다.
국토부가 로켓배송을 불법으로 판단하더라도 쿠팡이 로켓배송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우선 기존 개인용 번호판을 영업용 번호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2004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정부가 운송업자 생존권 보장을 위해 영업용 번호판의 신규 등록을 제한하면서 번호판 1개당 1,000만원 이상으로 거래되는 데다 매물로 나오는 물량도 미미하다. 영업용 번호판 100개를 확보해 정식 택배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중소 택배업체를 인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쿠팡은 티몬, 위메프에 이어 국내 소셜커머스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신속한 배송과 친절한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앞세워 부동의 1위로 올라섰다. 이미 쿠팡이 로켓배송에 투자한 비용만 1,500억원을 넘었고 신축 중인 물류센터와 배송인력(쿠팡맨) 등까지 포함하면 3년 내 3,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지난해는 로켓배송 서비스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블랙록 등 미국 자산운용사로부터 4억달러(약 4,400억원)를 유치하기도 했다.
로켓배송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벤처기업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가로막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부들 중심의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쿠팡이 로켓배송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네티즌의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쇼핑·오픈마켓에 이어 소셜커머스로 유통시장이 다변화되면서 택배 물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물고 있다"며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중국 내 당일배송 서비스를 표방하며 물류 혁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건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규제에 막혀 신규 서비스가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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