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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근 그룹 2인자로 최지성 부회장을 전격 발탁하면서 삼성 안팎에서 '2인자=인문계'를 중용하는 이건희식 인사스타일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10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 회장으로 취임한 지난 1987년 12월1일 이후 비서실장과 구조조정본부장ㆍ미래전략실장 등 삼성의 2인자는 모두 인문계 전공자로 기용됐다. 이 회장이 회장 취임 당시 2인자였던 소병해 당시 비서실장은 성균관대 상학과 출신으로 1978년부터 1990년까지 이병철 회장에 이어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룹의 실세 역할을 담당했다. 소 실장의 후임인 이수빈 비서실장(1991~1993년)의 경우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3년 동안 이 회장 옆을 지켰다.
이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단행하면서 이 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현명관 비서실장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감사원에서 몸담은 공무원 출신이다. 또 외환위기 당시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의 칼날을 뽑아 든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도 고려대 상과를 졸업한 인문계 출신이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와 맞물려 새롭게 신설한 미래전략실의 초대실장인 김순택 부회장은 경북대 경제학을 졸업했다. 가장 최근 그룹 2대자에 오른 최지성 부회장도 서울대 무역학 학사 출신이다. 결국 최 전 부회장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번에도 삼성그룹 2인자 자리는 인문계 전공자만이 가능하다는 전통을 이었다.
이 회장이 이처럼 자신을 보좌하면서 계열사 사장들을 총괄하는 2인자를 모두 인문계 졸업자로 선택한 것은 이공계나 엔지니어 출신 사장보다 이해의 폭이 넓고 계열사를 다양한 측면에서 조정하고 지원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그동안 이 회장이 삼성의 2인자로 새로운 인물을 발탁할 때마다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2인자가 바뀔 때마다 그룹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이수빈 실장은 신경영의 골격을 다졌고 현명관 실장은 신경영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그룹 전반의 체질 변화를 이끌었다. 또 이학수 본부장은 계열사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김순택 초대 미래전략실장은 이 회장의 경영복귀와 그룹의 안정적인 운영을 담당했다. 최 전 부회장의 경우 유럽발 경제위기에 적극 대처하고 글로벌 경영의 현장 감각을 모든 계열사에 심어주고 또 한 번의 과감한 체질개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2인자가 등장할 때마다 그룹 전반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됐다"며 "최지성 실장의 등장으로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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