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세금폭탄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현행법상 배출권은 재화(財貨)로 볼 수 있어 거래가 이뤄질 경우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일률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법인세를 제외하고도 배출권을 거래할 때 기본적으로 붙는 부가세(10%) 부담만도 업계 추산 2,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분석됐다.
배출권거래제는 지난 2012년 5월 제정된 '온실가스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되는 것으로 기업들의 연기 주장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뜩이나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때아닌 부가세 등 세금폭탄까지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세청 부가가치세과는 9월 '배출권을 거래할 때 과세가 되느냐'는 A업체의 서면질의에 "부가세법 제4조와 시행령 2조 규정에 의해 과세가 된다"고 회신했다.
부가세법 제4조는 과세 대상, 시행령 2조는 재화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온실가스배출권과 이를 사고파는 행위는 현행 부가세법에서 사업자가 행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으로 볼 수 있어 세금을 물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포스코 등 526개 배출권 할당업체들은 배출권 거래에 따른 부가세 부담이 발생한다.
기재부 부가가치세과 관계자도 "현행법상 배출권 거래는 재화가 거래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기업과 최종 소비자인 개인 간 거래가 아닌 기업 대 기업의 거래라는 점에서 부가세 매입 세액공제를 통해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가 요구한 배출권 할당량과 정부가 제시한 할당량의 차이가 확연히 크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출권 부족으로 팔려는 업체보다 사려는 업체가 많으면 가격상승 등에 따른 부가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고 세금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정부가 배정한 업종별 배출권 할당량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예상 배출량의 차이는 2억2,560만톤에 달한다. 이 기간 배출량은 100% 무상 할당되지만 과징금 부담을 피하려면 부족한 배출량을 사와야 해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 정부가 산정한 배출권 기준가격(톤당 1만원)으로 산출할 경우 업계 전체적으로 져야 할 부담은 2조2,561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부가세 부담을 산정하면 적어도 2,000억원 이상의 부가세 폭탄이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정부는 제도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배출권 거래에 대한 과세 여부와 기준 등을 조만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도시행이 한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어떻게 정리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28일 담당 차관 주재로 할당결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업체별 배출권 할당량을 최종 결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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