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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치시대] 선진화로 포장된 '공공기관 신관치'

민영화·지분매각등 개혁시도 불구<br>낙하산 인사에 '재정 떠안기' 여전


"공기업 중에도 민간기업 이상으로 잘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있습니다. 그런 공기업은 사장에게 재량권을 줘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식에서) 대통령이 직접 이 같은 방침을 천명하고 청와대가 나서 공공기관의 경영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공기관 고위임원은 "잘한다는 기준은 결국 정부의 지시사항을 얼마나 잘 이행하느냐의 여부가 아니겠는가. 사장에게 재량권을 준다는데 그 사장은 결국 어디서 오겠는가"라며 조심스레 속내를 드러냈다.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생각은 이미 정권 출범 초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6차에 걸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으로 그 형식은 갖췄다. 총 129개 기관, 2만2,000명의 정원을 감축하고 24개 기관을 민영화ㆍ지분매각하며 중복업무 기관을 통폐합하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한 토지주택공사가 출범하고 정원감축도 상당 부분 진척되는 등 양적 추진 실적은 많이 이뤄냈다. 그러나 선진화가 진척될수록 정부로의 예속성이 강해지는 모순된 상황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인사에 있어 '낙하산 인사'는 이제는 지적하기에도 식상한 메뉴가 됐고 정부가 100% 떠안기 껄끄러운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에서는 '재정 떠안기'가 반복되고 있다. 장기가 수술대에 오르고 팔다리가 바뀌는데 정작 심각한 뇌종양을 앓고 있는 머리는 그대로 두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확정한 내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편람을 보면 이 같은 모순이 그대로 나타난다. 명예퇴직이나 청년인턴 채용, 투자확대 등 정부가 추진해온 시책을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여부가 내년 기관평가의 주요 잣대로 쓰이게 됐다. 각 기관이나 기업의 특성에 따라 주어진 임무를 얼마나 성실히, 훌륭하게 수행했느냐는 성과보다 정부가 시키는 일을 제대로 잘 따랐는지가 주요 평가대상이 된 것이다. 현 정권이 야당 시절 '코드 인사'라고 비판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각 공기업들에는 공천 탈락자 및 캠프 인사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투입되는 관행도 바뀌지 않았다. 산하기관이 가장 많은 지식경제부 산하 공공기업 면면을 보면 대부분 전직 국회의원이나 낙선ㆍ낙천 후보, 인수위 자문위원 등의 명함을 가진 이들이 대거 포함됐다. 결국 모든 문제는 공공 부문의 인사와 재정을 정권 차원의 '전리품' 수준으로 생각하는 개념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사 나눠먹기, 재정 떠넘기기 식의 모습으로는 또 다른 관치경제의 폐해만 낳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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