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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트 하우스/신주거문화
입력1997-08-06 00:00:00
수정
1997.08.06 00:00:00
전광삼 기자
◎21세기 「홈토피아」 꿈 영근다/단순주거 탈피 삶의 질 높이는 재충전공간/첨단기술 활용 외부서도 내부통제/통나무집 등 건강강조 전원주택 바람/입주자 개성살린 뉴타운형성 가속화사회·경제가 급변하면서 주거문화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21세기에는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주택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주택기술, 소득수준의 발달로 주거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 신주거문화의 미래상을 미리 그려본다.<편집자주>
2003년 8월1일 아침 5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사는 무역회사 영업부장인 김영춘씨(42)는 홈오토메이션 멜로디에 잠을 깼다. 평소 제 시간에 일어나지만 전날 월말 영업회의로 늦게 귀가한 탓에 자명종 신세를 졌다.
김부장은 눈을 뜨자마자 습관대로 개인 컴퓨터로 밤새 일어난 주요 뉴스를 체크한 후 리모컨으로 자동쾌적환기장치를 작동하고 실내온도를 20도에 맞춘다. 1시간 아침운동을 마친후 집안에 들어왔을 때 실내는 시원한 아침 공기로 가득찼고 경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주방에는 아내가 전날 저녁 예약한 아침식단이 차려져 있다. 리모컨을 작동해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정발산 중턱이 눈에 들어온다. 거실 구석에 있는 자동 건강검진기를 통해 간단한 검진도 마쳤다.
식사를 하면서 주방 벽에 붙어있는 TV를 통해 세계의 주요 뉴스와 오늘의 날씨정보를 얻은후 8시30분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5년전 이 시간에는 성산대교 아래쯤에서 아침 러시아워 상습적인 정체로 하루 일을 시작하기도 전 찡그린 얼굴로 앞차 꽁무니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귀중한 아침시간을 길에서 보내지 않아도 된다. 팀원들은 이 시간이면 약속된대로 집안에서 PC통신을 통해 각자 하루 해야 할 일을 놓고 회의를 한다. 김부장은 팀원들의 회의 결과를 담당 이사에게 전송, 상사로부터 OK사인을 받아낸 후 부원들 일정을 다시 확인한다. 이날의 주요업무는 동남아 바이어를 만나는 일. 상품개발실 직원 2명과 함께 새 상품을 바이어에게 설명해주는 일이다.
김부장이 초등학교 4학년, 2학년짜리 두 딸과 함께 현관문을 나선후 이제부터 PC는 아내의 차지다. 중소기업체 홍보를 대행해주는 회사의 사장인 아내는 최근 아파트단지내 쓰레기 건조기계를 개발한 한 중소기업체 사장과 언론사에 보낼 홍보자료를 가지고 컴퓨터 대화를 나눈다. 하오 2시. 최종 검토후 각 신문사로 홍보자료를 보내고 학교에서 돌아온 두 딸의 간식을 준비한다.
3시30분 아내는 두 딸의 외국어교육방송 채널을 맞춘후 새로운 고객을 만나기위해 잠깐 사무실에 얼굴을 비친후 퇴근한다. 아내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핸드폰으로 전자밥솟 전원을 연결, 저녁밥을 짓도록 지시한다. 퇴근시간이 되면 아내뿐 아니라 사무실내 5명의 여직원들도 전화로 가사일을 컨트롤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시간 김부장은 낮에 만났던 바이어의 답변을 집에 설치돼 있는 전용 팩스로 받기로 하고 퇴근한다. 집에 도착한 김부장은 자동 온도에 맞춰 데워진 물이 넘치는 샤워실로 들어간다.
꿈같은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러나 결코 꿈이 아니다. 몇년후면 우리도 최첨단시스템을 갖춘 집에서 살 수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21세기 차세대 주거 개발에 발벗고 나섰기 때문에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를 몇년 앞둔 우리는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21세기 사회의 변화는 소득증가와 함께 도시화·산업화, 고령인구 증가, 독신가구 증가 등으로 요약할 수 있고 이에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새로운 주택의 등장을 재촉하고 있다.
이미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었고 21세기초에는 2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소득의 증가는 생활의 편리함과 여가생활을 즐기려는 욕구를 키우고 양적인 측면보다는 질적인 생활(건강, 레저, 스포츠 등)을 만끽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요구한다. 특히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주택기능을 단순 주거기능에서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또 건강과 생태개념을 강조한 주택, 복잡한 도심보다는 전원형 주택을 찾는 수요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주생활 패턴도 크게 변화될 것이 분명하다.
도시화가 진전될수록 대도시의 주택난, 지가 앙등, 환경·교통문제, 도심 공동화현상은 심각해지고 따라서 굳이 도심내 주택을 고집하지 않고 주거와 직장 배치를 고려한 새로운 주거문화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퇴근 집이 아닌 휴양, 레저를 즐기기 위한 세컨드하우스가 보편화되고 또 아예 지방에 살면서 직장을 위해 도심의 임대주택을 빌려사는 통근형 세컨드하우스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집과 사무실 중간지점인 도심진입 역이나 터미널 근처에 첨단 통신시설을 갖춘 사무실을 마련, 복잡한 도심까지 들어오지 않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공간도 예고된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은 특히 주택 내부설비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 뻔하다. 웬만한 일은 자동으로 처리되고 외부에서도 집안 내부를 제어할 수 있으며 재택근무를 가능케하는 각종 홈오토메이션 기능을 갖춘 정보화주택의 탄생을 예고한다. 인텔리전트 빌딩처럼 편리성과 함께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정보화주택의 발전으로 주부는 가사일에 소비했던 시간을 여가 활동으로 돌리고 가족과 생활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도시화에 따라 늘어날 맞벌이부부와 독신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새로운 주택도 뒤따라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인구의 증가로 실버타운, 노인홈, 공공노인복지시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별취재반
사회부 성종수기자 유찬희 기자
정재홍기자 정두환 기자
이은우기자 전광삼 기자
◎인터뷰/주공 주택연구소 정인환 소장/환경친화적 건축기술개발 시급/맞벌이·노인층 수요맞춰 주거형태 다양화/설계·시공외 기획·유지관리도 신경써야
『21세기에는 주택에 대한 수요층과 주거형태가 다양해질 것입니다.』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 정인환 소장은 『도시화·산업화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으로 다양한 주거형태가 등장하고 특히 맞벌이부부, 노인, 독신자를 위한 주택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첨단과학기술의 발달로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생활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장은 일상생활에서의 정보의존도가 높아지고 주택 기능의 편리성, 설비기능의 첨단화가 요구되는 만큼 주택건설업자들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21세기는 환경시대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며 『환경친화적 건축기술개발, 건강을 염두에 둔 주택개발등 독특한 전략적 상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장은 「지속가능한 정주지개발을 위한 정책 및 제도」, 「주택 환경의 질 향성을 위한 지표설정연구」등 주공이 추진중인 90여개 과제 대부분이 환경을 강조하고 건강을 중시하는 주택개발이라고 설명했다. 또 극한강도 및 내진설계에 따른 시공, 인력감축과 공기단축, 다양한 건자재 발명 연구사업도 추진중이며 연구결과는 민간업체와 공유, 기술보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생산의 공업화기술과 관련, 아파트 주거형태의 획일성, 경관의 단조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구성과 부품형 주택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고 표준화 부품 연구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소장은 또 『국내 주택건설기술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춰 60∼80%수준』이라며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설계, 시공 뿐 아니라 기획, 유지관리분야의 기술개발에 치중하고 산·학·연 공동연구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유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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