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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함께하는 기업] 나눔도 진화한다

전담조직 만들어 체계적·효율적 지원<br>일회성 벗어나 자립 기반 마련<br>필수적 경영 요소로 이미 자리잡아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의 한 중학교. 중학생 몇명이 '젊어 보이는'선생님에게 영어 수업을 받고 있다. 매서운 추위로 교실도 썰렁했지만 면학의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이 곳은 삼성그룹이 시작한'드림클래스'현장이다. 삼성은 방과후 학습 형태로 매년 저소득층 중학생 1만5,000명의 학습을 지원한다. 방과후 수업을 진행할 강사를 해당 중학교 인근에 소재한 대학의 재학생 중 학업 성적이나 봉사정신, 리더십이 뛰어난 학생으로 선발한다. 이들에게는 총 30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삼성그룹이 사회공헌의 방식을 '교육 기부'로 넓힌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연말연시 일회성 지원이 아닌 취약계층의 자립 기반을 지원할 뿐 아니라 그룹 내 전담조직을 만들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내에 심화된 부의 양극화가 마치 대기업의 횡포 탓인 양 호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은 질적인 성장과 함께 확산되는 추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제에 대한 뚜렷한 인식 때문에 대다수 기업들이 보다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공헌 활동을 찾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5년간 총 8만4,000명의 저소득층 학생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발표했다. 이 사업을 맡을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의 이름도 '현대차 정몽구 재단'으로 바꿨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재단은 저소득 대학생을 대상으로 기존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연 6%)대출로 전환해 주는 한편 신규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실효성 있는 장학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LG그룹은 보다 체계적인 공헌 활동을 위해 조직까지 신설했다. 지난해 말 지주회사인 ㈜LG에 사회공헌 활동을 담당하는 CSR(기업의 사회책임)팀을 출범시킨 것.



LG가 그룹 차원의 CSR 전담팀을 만든 것은 글로벌 기업의 격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특히 CSR 전담팀 신설은 구본무(66·사진)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이미 적극적인 공헌 활동을 펼치는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사회적기업 설립을 통한 저소득층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6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리더스 정상회의에서 "기업이 단순히 성금을 기부하는 것보다 사회적 기업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다"고 역설하면서 본격화 됐다. SK그룹은 2013년까지 사회적기업 30개를 신설, 4,000개의 취약계층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이미 기업 경영에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다. 지속 가능한 경영, 즉 기업이 본연의 사명이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기반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 수준의 이야기다.

이렇게 '사회적 책임'이 고객이나 주주 만족 극대화 같은 경영의 한 축이 된 상황에서 이를 강제하기 위해 외부의 압박은 소모적인 논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동반성장'을 외치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기 보다는 더욱 효율적인 활동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과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소통이 원활해 지면 기부의 중복이나 실효성 없는 활동을 사전에 막고 수혜자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자업계의 사회적 책임 협의체인 EICC의 존 가브리엘 의장은 최근 삼성전자후원으로 열린 EICC 서울총회에서 참석해 "반도체 회사의 백혈병 논란, 애플 협력업체인 팍스콘의 열악한 근로환경 등 전자업계 문제가 사회 전체의 이슈로 확산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이행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며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전자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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