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섬유ㆍ패션 산업의 경험과 잠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업인들이 자부심을 느낄 만한 여건만 조성된다면 좋을 텐데…." (정우영 제원화섬 회장) 산업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업인들은 한국 섬유ㆍ패션 산업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지금은 비록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만 뒷받침되면 오는 2010년 이후 섬유 선진국으로의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나 업계가 비전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정보를 공유한다면 한국이 산업용이나 기능성 섬유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업계가 그동안 공들여온 연구개발(R&D) 성과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으며 섬유쿼터 폐지 등으로 촉발된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내성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다 경쟁상대인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치르고 성장의 벽에 부딪힐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도 과거 80년대 후반의 한국처럼 인건비 상승과 금융비용 및 설비에 대한 유지보수비용 발생 등에 따라 성장에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업체들의 끊임없는 구조개선과 설비확충ㆍ기술향상 등이 전제돼야 현실화될 수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도 3월 발표한 '섬유ㆍ패션산업 구조혁신 전략'에서 ▦고비용ㆍ저효율 구조 개선 ▦기술혁신 ▦인재양성 ▦디자인마케팅 육성 ▦국제통산 관계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처 등을 중점 추진전략으로 꼽았다. 업계에서는 이와 함께 섬유업계 종사자들이 고유의 업무에 올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대구의 한 섬유업체 대표는 "섬유업계가 의욕을 갖고 설비와 R&D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섬유산업 미래에 대한 비전과 업체간 정보공유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부동산 투자에 한눈을 파는 업계 일각의 근시안적 자세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섬유산업의 중장기 경쟁력 달성은 공염불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도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섬산련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들은 나름대로의 전략을 마련하는 등 역할을 나눠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중소 섬유업체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섬유산업 구조혁신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안도상 달성견직 대표는 "노후설비를 교체하기 위해 자금을 융통하려고 해도 은행 문턱이 너무 높다"며 "섬유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