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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DDA 협상
입력2003-09-16 00:00:00
수정
2003.09.16 00:00:00
정문재 기자
10일부터 14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 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회원국간의 견해차를 조정치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번 회의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중간 점검을 위한 것으로 농산물시장 개방, 싱가포르 이슈 등 주요 의제에 대한 기본 틀을 마련해 추가 협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투자, 경쟁 등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다자간 협상 개시 문제를 놓고 벌어진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대립을 조정치 못해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DDA 협상은 지난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 4차 WTO 각료회의에서 전세계적인 무역확대를 위해 추진하기로 결정한 다자간 협상이다. 농업, 서비스, 공산품ㆍ임수산물 등 비농산물 등 시장개방 의제와 함께 반덤핑, 보조금 등에 대한 기존 협정을 개정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DDA 협상 의제 가운데 새로운 것은 바로 싱가포르 이슈다. 싱가포르 이슈는 투자, 경쟁정책, 무역원활화, 정부조달 투명성 등에 대해 다자간 협상을 진행, 새로운 규범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이슈가 쟁점으로 등장하면서 WTO 각료회의는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끝났다. WTO 회원국들은 당초 DDA협상을 오는 2004년말까지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회의에서의 합의 실패로 일정 준수에 대한 회의론이 우세해 지고 있다.
◇개도국, 싱가포르 이슈 논의에 절대 불가 입장=이번 5차 WTO 각료 회의가 결렬된 것은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의견차이 때문이다. 싱가포르 이슈는 전세계적인 외국인 직접투자(FDI) 확대 등으로 투자나 경쟁정책에 대한 새로운 규범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의제에 포함됐다. 싱가포르 이슈는
▲외국인 직접투자
▲국제 카르텔 또는 독점
▲세관행정 간소화 등을 통한 무역원활화
▲정부 조달 분야의 투명성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진국들은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규범을 수립하기 위해 다자간 협상을 하루 속히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미 외국인투자에 대한 자유화 조치를 통해 추가 개방 부담이 적은데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정책이나 관세행정도 이미 선진화된데다 정부조달협정에도 가입했기 때문에 협상을 꺼릴 이유가 없다.
반면 개도국은 싱가포르 이슈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한다. 투자, 정부조달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규범 수립을 위한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개도국들은 싱가포르 이슈를 논의하는 것 자체에 대해 반대한다. 말레이시아 등 일부 개도국들은 무역원활화에 대해서는 지지 의사를 표시했지만 아프리카,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은 4개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업 보조금이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싱가포르 이슈는 제 5차 WTO 각료회의가 결렬된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오히려 농업 보조금 문제가 본질적인 이유로 평가된다. 유럽연합(EU)는 회원국 농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보조금 철폐 문제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그래서 EU는 싱가포르 이슈에 대해서는 크게 양보하는 대신 수출보조금을 유지하려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개도국들은 농산물 수출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개도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똘똘 뭉쳐 수출보조금 폐지 주장을 펼쳤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회의가 끝난 후 개도국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는 불가피=이번 회의가 합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해서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WTO 회원국들은 각료 선언문 초안에서 수입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 농산물 개방 확대 등을 담았다. 이는 회의를 통해 어느 정도 이 문제에 대해 대체적인 합의를 이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료회의가 결렬됐다고 해서 추가 협상에서 농산물 개방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DDA협상 추진 일정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DDA협상은 오는 2004년말까지 종료된 후 2006년부터 시행하도록 일정이 잡혀 있다. 하지만 이번 회의가 결렬됨에 따라 상당수 회원국들이 오는 2004년말까지 협상을 마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DDA 협상이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일괄타결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협상을 하나의 팩키지로 처리해 분야별로 절충점을 찾기 위한 취지지만 `모든 쟁점 사항에 합의할 때까지는 어떤 분야도 합의된 것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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