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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 게임리그] '게임 르네상스' 전주곡 울려퍼진다
입력2000-12-15 00:00:00
수정
2000.12.15 00:00:00
[비화, 게임리그] '게임 르네상스' 전주곡 울려퍼진다
"게임 산업의 발전 과정은 게임성과 사회적 인식 사이의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역사다" - 필자
지난 2년간의 게임계의 변화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건대 가장 중요한 특징은 게임에 대한 인식이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필자가 지금은 한국 최초의 게임 캐스터라는 이름으로 나름대로 각광(?) 받고 있긴 하나, 실은 처음에 게임 중계를 시작할 때는 지금 같은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확신을 지니지 못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앞서 밝힌 대로 필자가 게임 중계 프로그램을 시작한 데는 투니버스 황PD의 협박(?)과 회유가 작용했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 한다'와 '남이 안한 것을 한다'는 필자의 황당한 희망사항이 더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해서 '게임 캐스터'가 아닌, 경력 7년차의 아나운서 정일훈이 게임 중계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필자는 방송계 지인들인 보수 수권 세력의 엄청난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첫 방송이 나간 후 필자는 수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야, 임마 너 미쳤냐?" - 모 공중파 방송사의 최모 아나운서 선배
"일훈아 어려우면 형한테 이야기 해라" - 모 케이블 방송의 배모 PD
"야, 너 하던거 잘렸냐?" - 모 프로덕션의 김모 PD
"아니, 앞길이 구만리 같은 사람이 뭐 그런걸 해?" - 중견 손모 MC
"거기 용진이 핸드폰 아녜여?" - 잘못 걸린 전화
등등…아! 방송의 위력은 대단하여라! 특이한 프로그램 한번 나간걸 가지고 필자를 아는 방송계 선 후배들의 걱정스런 전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 양반들 어조와 내용은 조금씩 다 달랐지만 공통적인 것이 한가지 있었다. 소위 '그런' 프로그램을 하면 '다른'-혹은 정상적인-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필자를 걱정하는 그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속에 훈기를 느끼게 한다.
헌데, 필자는 그 속에서 우리 사회에서 고정적인 하나의 편견을 느꼈다. 다름아닌 '게임'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문화상품으로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집단 선(善)에 반하는 종목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게임은 대학 입시에 방해되는 것, 중독되기 쉬운 것, 아이들이나 가지고 노는 것으로 인지되었던 관성 하에 그 게임을 가지고 방송을 한다는 필자의 시도가 '아는' 사람에게는 위태한 모험으로 비쳤던 것이다.
그로부터 2년, 이제 아무도 게임을 '아이들 장난거리'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게임을 하나의 산업으로,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로 알아주는 요즘, 필자는 더러 메일을 받는다.
'저는 방년 스물 몇 세의 꽃다운 대학 졸업 예정자입니다. 일찍이 고향마을 '전국 노래자랑'을 통해 방송인으로서의 기질을 발견하고, 나름대로 충실히 방송 기초를 닦기 위해 날달걀을 먹어가며 열심히 노력해온 바, 최근 방송으로 게임 중계 방송을 본 후 '저거다' 싶은 마음에 이렇게 메일을..(중략)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하면 게임 캐스터가 되느냐 하는 겁네다. 꼭 답장 주세요'
한 주에 한 두통씩 받는 메일에는 이런 내용들이 많다. 갈수록 게임 관련 방송 프로그램과 이벤트는 많아지는데, 전문인력은 부족한 현실에 비추어 후진양성에 평소 관심이 있는 필자는 그 친구들의 프로필을 가능하면 꼼꼼히 읽어보는 편인데, 여기서도 필자는 깜짝 놀라고 만다.
왜냐하면 소위 일류대 명문과를 졸업하고, 누가 보더라도 허우대 멀쩡한 젊은 예비 엘리트들이 의외로 게임과 방송 및 프로모션이 결합하는 분야에 관심이 많더라는 것이다.
그렇다, 능력있는 사람들이 그 분야에 몰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상품과 기술이 개발되고, 자본과 기술과 사람이 정도에 따라 적절히 이합집산하며 순환하는 활기에 넘치는 산업분야! 게임은 바야흐로 르네상스의 전주곡을 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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