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의 흐름은 정중동(靜中動).’ ‘8ㆍ31부동산종합대책’ 이후 정부는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유입 등 ‘선(先)순환’을 기대했지만 보름이 지난 후에도 부동자금의 증시유입 징후가 감지되지 않는 등 별다른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은행의 요구불예금 2조78억원, 증권사 고객예탁금 7,678억원,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펀드는 2,741억원이 각각 늘었다. 반면 채권형 펀드 3,934억원, 머니마켓펀드(MMF)는 2조4,138억원이 각각 줄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정부 부동산대책 이후 거래가 위축돼 있어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단기성 자금이 최고치를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서는 조짐은 미약하나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0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관련 상품 수탁액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를 보이며 주식 관련 상품에도 소폭이나마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특히 단기자금 운용처인 MMF의 수탁액은 이달 들어 2조4,000억원이나 이탈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MMF 자금이탈이 부동산대책의 영향보다는 정부의 MMF 익일환매제도 시행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달부터 법인용 MMF의 당일환매는 물론 당일매입도 못하게 하는 이른바 익일환매제를 실시했기 때문이라는 것.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상이 임박하면서 MMF는 만기도래하는 법인성 자금의 경우 재연장보다 환급 쪽이 많은 것 같다”면서 “이제 MMF 자금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한은 측은 8ㆍ31대책으로 시중자금의 증시유입 등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지만 당장의 자금이동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금의 성격이 주식 투자자금과 달라 당장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주가지수가 11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에서 거액 자산가들이 주식 투자를 확대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편 시중자금의 단기화가 지속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이달 말 단기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원화 유동성 비율’을 맞추는 데 비상이 걸렸다. 일부 은행들은 3개월 미만 단기자산을 6개월 이상 정기예금으로 전환하기 위해 속속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아직 많지 않은데다 가계대출 외에는 마땅한 운용처가 없어 장기성 수신을 늘리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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