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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신문의 날 유감
입력1999-04-07 00:00:00
수정
1999.04.07 00:00:00
李世正 산업부 차장오늘(7일)은 신문의 날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까지만 해도 4월7일에 서울대공원, 용인 에버랜드 등 근교 유원지를 가면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하느라 바빴다. 1년에 한번 남들 일할때 쉬는 즐거운 날(?)을 맞아 평소 하지 못했던 가장 역할을 해보겠다고 나선 선후배, 동료기자들로 유원지가 북적거리곤 했다.
그러던 신문의 날이 IMF이후 실종돼 버렸다. 지난해부터 신문의 날에도 신문은 나오기 시작했다. 독자들이 기다리는데 하루라도 신문을 발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명감때문일까. IMF사태를 미리 예보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 앞으로는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신문을 만들겠다는 자성의 발로인가.
천만의 말씀. IMF이후 극도로 악화된 신문사 경영사정때문에 하루라도 더 수입을 올려야겠다는 계산때문이다.
대한민국 신문사들은 한때 외국 윤전기 제조업체들로부터 칙사대접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의 일류 신문들도 갖추지 못한 최첨단 윤전기를 보유하고 지면마다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고 있다. 신문사마다 번듯한 빌딩을 세우고 길거리마다 총천연색 전광판을 설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IMF전까지만 해도 신문을 정기구독하면 뻐꾸기 시계를 제공할 정도로 과열 판촉전을 벌이기도 했다.
신문사들의 과잉투자, 과열경쟁은 신문이 그토록 비판해온 재벌들의 외형경쟁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재벌들이 신문업에 뛰어들어 과열경쟁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재벌계열 신문들이 그룹의 지원을 무기로 무차별 폭격을 가하다보니 다른 신문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능력에 걸맞지않는 과잉투자, 과열경쟁에 나섰고 IMF이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악화로 많은 기자들이 신문사를 떠났고 남은 기자들도 줄어든 봉급과 늘어난 업무량때문에 허덕이고 있다. IMF태풍을 가장 호되게 얻어맞은 곳이 신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다보니 신문의 날 조차 쉬지 못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또 신문들이 독자들이 요구하는 바른 소리, 정확한 정보와는 무관하게 눈요기거리, 화젯거리로 울긋불긋하게 포장하는데만 급급했고 특정 집단,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치중했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신문이 여성잡지와 다를 바 없어졌고 신문다운 신문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되어버렸다.
누구를 탓하랴. 재벌계열 신문의 과잉투자 유발도, 신문의 잡지화도,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해져버린 것도 남의 책임만은 아닐 터인데.
신문이 세상의 소금이 되고 신문의 날에 다시 쉴 수 있는 날을 앞당기는 것도 남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처럼. 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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