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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 첫 KS품목 이양 받은 박성택 아스콘연합회장

정도경영으로 내분 없앴듯 정직한 품질관리할 것

가열 콘크리트 혼합물 삼진아웃제 시행… KS보다 신뢰도 더 높은 단체표준 자신


최근 가열 아스팔트 혼합물이 국가표준(KS)에서 단체표준으로 전격 전환된 가운데 내년 1월부터 표준 제정·개정, 인증 심사, 제품 시험, 교육, 사후 점검 등 전반적인 관리를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이하 '아스콘연합회')가 맡는다. 민간단체가 기존에 국가기관이 관리하던 KS품목을 이양 받는 첫 사례로, 관련업계뿐만 아니라 전 산업계의 관심이 아스콘연합회로 쏠려 있다. 그만큼 박성택(57·사진) 아스콘연합회 회장의 책임감과 사명감은 막중할 수 밖에 없다.

박성택 아스콘연합회 회장은 20일 서울 서초동 연합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그동안 정부가 KS를 통해 제품별 표준에 대한 인증과 관리를 직접 관장했지만, 품목만 2만 2,000종이 넘는 실정에서 제대로 관리가 안 됐던 게 사실"이라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는 현 시점은 수동적인 품질 관리보다 업계 스스로 자율적이며 능동적으로 품질을 관리하고 우리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는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S가 단체표준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로 박 회장은 급격한 환경 변화를 꼽는다. 그는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이후 중소기업간 경쟁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품질관리나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며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제도 같은 중소기업 보호정책 역시 일부 수요기관에서 품질과 하자책임 등을 문제 삼으며 위협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회장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품질향상을 통한 신뢰도를 높이는 길을 대안으로 제시해 가열 아스팔트 혼합물의 단체표준 전환을 이끌어냈다. 그는 "기존의 KS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제품의 생산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관련업체들로 구성된 민간단체가 정직하게 품질관리에 나선다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연합회는 품질 점검시 불합격 공장에 대해서는 철저한 교육과 수시 점검을 통해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3회 이상 불합격시엔 인증을 취소하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방침이다. 또 국토부·기술표준원·주요 지방자체단체·한국도로학회 등 외부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별도로 설치, 운영함으로써 단체표준의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아스콘연합회가 단체표준 첫 민간단체 이양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박 회장의 '정도 경영'이 주효했다는게 그를 아는 이들의 공통된 평이다. 단체수의계약이 폐지된 뒤 다른 조합이나 연합회와 마찬가지로 아스콘연합회도 내분에 휩싸였다. 급기야 2011년에는 갈등이 폭발해 절반에 가까운 지역 조합들이 탈퇴하게 됐다. 이때 사분오열된 연합회를 살리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했고, 업계 대표들의 끈질긴 권유로 마침내 2012년 11월 박 회장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

"사업조합이든 연합회든 단체의 수장 자리는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봉사가 아니라 개인의 이익을 탐하는 자리로 전락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 조합은 제가 온 뒤론 예산 편성과 집행 권한을 모두 전무한테 맡겼습니다. 조합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카드조차 저는 사용한 적이 없어요. 제가 사리사욕 없이 '정도 경영'을 하니까 떠났던 분들도 돌아오더군요."

내분이 극에 달하던 2011년 당시 절반에 가까운 250여개 회원사가 나갔지만 지금은 거의 다 돌아와 회원사가 490여개에 달한다. 박 회장은 "아스콘연합회를 비롯해 어떤 단체장이던지 봉사하는 자리라는 사실만 마음에 새기면 그 어떤 것도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며 "이번에 단체표준을 관리하는 첫 민간단체로 지정된 만큼 그 동안 합심해서 이뤄온 '정도 경영'의 정신으로 다른 단체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박 회장은 대기업 전략팀 박차고 나와 산하 등 4개기업 일궈

1990년 주택보급 증가 확신
주위 반대에도 '뚝심' 창업


박 회장은 연세대에서 정외과를 전공한 정치학도다. 평생 농부로 살아온 부친의 오랜 염원으로 정치외교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회장 본인은 철이 들면서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다.

LG금속(지금의 LS니꼬동제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 회장은 생산 관리, 영업, 기획 등을 두루 거치면서 대기업의 조직 관리를 몸소 체험했다. 그러던 1980년대말 LG그룹이 21세기를 대비할 장기 비전 전략을 수립하는 TF팀에 합류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하게 된다. "당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맥킨지컨설팅과 비전 전략을 수립했어요. 급변하는 시대 한가운데 뛰어들어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결심했죠.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변혁기라야 기회도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요."

내수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감하고 주택 보급률 60%인 현실에 착안한 박 회장은 1990년 주변의 반대를 뿌리치고 창업에 나선다. 주택 보급이 늘어날 것이란 확신을 갖고 건자재 및 골재를 수입, 유통하는 산하물산을 세운 것.

이후 레미콘 및 아스콘 제조기업인 산하를 창업했고, 위업개발(골재생산)·위업인베스트먼트(투자)·라우러스(특수기름 유통) 등 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탄탄한 기반을 잡았다. 그의 '뚝심'과 '정도경영'이 진가를 발휘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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