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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부와 재벌개조론
입력2003-01-16 00:00:00
수정
2003.01.16 00:00:00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와 재벌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오는 2월 대통령 취임에 앞서 정부인수위와 재벌의 수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혁신과 변화를 내세운 인수위와 기득권과 보수를 대변하는 재벌간에 긴장이 흐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재벌 구조본 해체, 포괄상속주의, 재벌 2세 증여세 조사,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차별대우 폐지 등등… 인수위에서 검토하거나 추진중이라고 언론보도를 통해 나온 정책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대기업들로서는 하나하나가 엄청난 부담과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정책들이다. 흘러나오는 인수위의 정책들이 반재벌, 친노동계로 흐른다는 인식에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해있는 상황이다. 중견기업들도 신정부의 기업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긴장속에 쳐다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재벌은 대선당시 노무현당선자가 어려울 때 무시하다 밉보여 조사를 받고 있고 어떤 재벌기업은 야당 후보를 너무 밀다 눈밖에 났다는 소문들이 무성하다.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온 전경련이 노무현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전경련의 모인사가 노무현정부가 사회주의에 가까운 정책을 할 것같다고 미국신문과 인터뷰해 한방을 날렸다. 재벌로서는 선제공격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강경하게 나오는 신권부에 사과하며 납짝 엎드린 꼴이 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할 말은 했다는 인식도 있는 것같다.
이런 와중에 기업 오너들은 너도 나도 할 것없이 전경련회장직을 모두 고사하고 있다. 이러다가 전경련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말하자면 기업들이 동면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한 재벌기업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현금을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기업들은 강성이나 친노동계로 비치는 인수위인사들의 발언 자체에 우려를 넘어 반감까지 느끼는 것같다. 사석에서는 인수위의 재벌개혁정책에 쌍심지를 켠다.
항간에는 재벌들이 내년 총선까지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인수위와 재벌간 갈등관계가 올 연말까지 계속되면 침체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의 앞날은 평탄치 않을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만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총선결과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점쟁이 같은 얘기도 나온다. 신정부가 결과적으로 하나도 얻는게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한국기업은 한반도 천민자본의 원죄를 물려받았다. 서구식 시장경제는 수백년 걸려 만들어졌다. 우리의 시장경제는 100년이 안된 시간에 이루어낸 미성숙된 자본주의 경제체제다. 그렇다고 그 결과물의 의미를 우리 스스로 폄하해서는 말이 안된다.
재벌을 적대시하며 재벌원죄론 시각에서 나오는 재벌개혁론이 아니라 재벌을 경제주체중 하나로 인정하면서 재벌을 경쟁력있는 세계기업으로 새롭게 변화시켜가자는 재벌개조론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러나 성급하게도 개혁론적 발언들이 노무현 신정부 출범이전에 봇물을 이루는 것같다.
경제정책에서는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집권 5년간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김영삼 문민정부도, 김대중 국민의 정부도 재벌정책만큼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문민정부는 경제신탁통치을 초래한 외환위기를 만든 정권이었지만 군사조직인 하나회를 해체시켰고 금융실명제를 해냈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남북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신정부는 훗날 과연 무엇을 이루어 냈다는 소리를 들을까.
재벌에 관한 소신있는 경제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느냐 아니면 경제 포퓰리즘에 그칠 것인가. 이 문제의 해답을 찾는 과정이 노무현 신정부의 과제중 하나일 것이다.
<조희제(생활산업부장) h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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