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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지스틱스 '사면초가'

삼성 물류업체 선정 물거품… 영업익 2년만에 반토막

中 등 해외시장서도 성과 미미

사업 전략 전면 수정 불가피



한솔그룹의 물류업체인 한솔로지스틱스(009180)가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했다. 기대를 모았던 삼성전자의 해외 물류 수주가 백지화되고 중국 등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등 갈수록 실적이 악화되자 그룹의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매출 4,389억원에 영업이익 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5.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35.6% 급감했다. 비슷한 매출을 올렸던 2012년과 비해서는 영업이익이 2년 만에 반토막 났다.

업계에서는 한솔로지스틱스가 한솔그룹 내부 물량과 제3자물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3%의 영업이익률은 충격적인 실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국내 물류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안팎이라는 점과 작년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연일 최저가를 이어갔다는 점에 비춰 보면 더욱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다.

지난 2013년 CJ CLS(현 CJ대한통운) 사장 출신인 민병규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영업했고 이듬해 한솔CSN에서 한솔로지스틱스로 사명까지 변경했지만 전례 없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한솔로지스틱스는 2011년 2월 삼성그룹과 CJ그룹이 재산 상속을 놓고 분쟁을 벌이면서 때아닌 조명을 받았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누나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삼성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의 해외 물량을 기존 CJ에서 한솔로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한솔로지스틱스의 주가 역시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기대감이 잇따랐다.



삼성전자는 이듬해 동남아 물류업체 선정 입찰을 진행했고 CJ대한통운을 배제하고 한솔로지스틱스와 글로벌 물류업체에 제안서를 보냈다. 하지만 태국, 베트남, 홍콩, 필리핀, 말레이시아 물량을 전담하는 이 수주전에서 한솔로지스틱스는 글로벌 물류업체에 밀려 결국 고배를 마셨다. 당시 삼성전자 동남아 물량은 한솔로지스틱스의 연간 매출액과 비슷한 3,000억원에 달했다. 한솔의 삼성전자 물량 수주는 이후 삼성전자가 삼성SDS를 통해 진행하면서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심차게 진출한 해외시장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솔로지스틱스는 지난 2007년 중국에 해외법인을 설립하는 등 북미,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하지만 주력인 중국시장에서조차 현지 물류업체의 공세에 가로 막혀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도는 실정이다. CJ대한통운과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등 국내 물류업체들이 연일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는 상황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한솔그룹 내부에서는 한솔로지스틱스의 사업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삼성SDS를 통해 물류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 물량이 한솔로지스틱스로 넘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주요 고객사들의 물류비 인하 압박과 원가 상승, 물동량 감소 등으로 한솔로지스틱스가 사면초가에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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