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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벤처 성공 옥죄는 규제 아직 많아"

벤처·창업자금 선순환 대책 1년 양적 변화 만큼 질적 개선은 안돼

엔젤투자 적극 늘릴 방법 찾고 크라우드 펀딩도 빨리 시행해야


"공자가 죽어야 벤처가 삽니다. 시장의 핵심은 이기심인데 왜 본질을 무시하고 도덕군자만 양성하려고 합니까. 돈을 벌 수 있어야 좋은 인재가 몰리는데 모럴해저드 가능성만 따져서는 벤처생태계 절대 못 살립니다."

27일 서울 광화문 청년위원회 집무실에서 만난 남민우(52·사진)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선순환대책 발표 후 1년이 흘렀지만 양적인 변화는 있어도 창업의 질이 개선됐는지는 감지하기 어렵다"며 작심한듯 입을 열었다. 남 회장은 "고시를 보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려던 좋은 인재들이 창업 생태계에 오게 하려면 아이디어 하나로 수백, 수천억을 벌었다는 성공 스토리가 나와줘야 하는데 정부가 부작용을 우려하며 화끈하게 풀어주지 못하니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성공스토리도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기업가정신에 지나치게 도덕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남 회장은 "컴투스 창업자인 박지영 씨에 대해서도 먹튀 논란은 적절하지 않다"며 "창업자가 적절한 시점에 엑시트하고 그 자금으로 다시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드는 것이 우리가 바라던 선순환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창업부터 상장 이후까지 창업기업가들이 대박을 내지 못하도록 옥죄는 규제가 아직도 너무 많다"며 "정부는 추하다 싶으면 규제를 하는데 추한 것이 오히려 젊은이들이 꿈꾸는 대박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5월 대책 발표시 정부가 방점을 찍었던 '융자에서 투자 중심의 창업 환경 육성'에 대해서도 남 회장은 좋은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 그는 "금융권에 창업·벤처기업 투자하라는 건 택도 없는 얘기고 프레임부터 바꿔야 한다"며 "엔젤투자를 극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지금 국회에 계류중인 크라우드 펀딩도 하루 빨리 열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엔젤투자에서 벤처펀드와 M&A로 이후 코스닥 등 자본시장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가 주장하는 것이 엔젤투자자의 엑시트 물량을 받아줄 수 있는 전용 세컨더리펀드 신설과 코스닥시장의 독립성 강화다.



그럼에도 코넥스 시장을 신설한데 대해선 최대 악수라고 평했다. 남 회장은 "코넥스는 벤처업계가 원했던 것도 아니고 코스닥을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니 대신 만들어 놓은 제2의 프리보드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금융위에서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게 됐고 코스닥 수술을 통해 연기금이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의지도 가지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언급했다.

M&A 활성화 역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남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 중에 기술을 베껴서 회사가 망할 만큼 처벌을 받은 사례를 본적이 있느냐"며 "법으로 보호되는 특허조차도 대기업이 돈의 힘으로 얼마든지 무효화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비싼 돈으로 M&A를 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오히려 이상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다음과 합병하는 카카오를 "한국 벤처 생태계 최대 실패 사례"라고 꼽았다. "카카오 규모의 벤처기업마저 한국 벤처생태계에서 (원하는 규모의 펀딩이 안돼) 자생적인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데 우리 벤처생태계는 지금 생겨나는 창업 기업에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는 반성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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