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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말 기자가 찾은 국내 최대의 시멘트 공장인 쌍용양회 동해공장의 첫 인상은 그렇고 그런 모습이었다. 한편에 쌓인 폐타이어는 산더미 같았고 시멘트를 굽는 90m 크기의 킬른(소성로)은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며 쉼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게 별로 특별할 것 없어 보였다.
하지만 공장 내부를 둘러보면서 쌍용양회 동해공장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변신의 키 포인트는 에너지 절감과 자원 재활용, 환경 친화적 생산 시스템 구축 등 '친환경 경영'이다.
쌍용양회 동해공장의 경우 에너지 효율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기 위해 고효율 버너 설치, 사이클론 개조 등 설비투자를 확대했다. 대표적인 것이 폐열발전소 건설이다.
이 공장은 현재 건설 중인 폐열발전 설비가 2014년 완공되면 시간당 43㎿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일부나마 자체 전력을 조달하면서 온실가스도 줄이고 국가적으로 가중되는 전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가 친환경 사업장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쌍용양회뿐만이 아니다. 국내 시멘트 업체 대부분이 폐열발전 사업에 진출했거나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한 예로 동양시멘트는 2004년 폐열발전 설비 가동을 시작해 시간당 20㎿를 생산하며 연간 5만톤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일시멘트 단양공장도 폐열발전으로 시간당 26㎿의 전기를 만들어 연간 7만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 아세아시멘트ㆍ성신양회ㆍ라파즈한라시멘트 등도 모두 폐열발전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온실가스도 줄이고 한 푼의 비용도 아끼기 위해 시멘트 업계가 노력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최악이다. 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해 현재는 생산능력(6,200만톤)에 한참 못 미치는 4,460만톤가량이 생산되고 있다. 시멘트 산업은 1990년대 중반까지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며 생산능력 세계 7위, 수출 세계 6위를 이뤘지만 이제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멘트 업계를 짓누르는 것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 업계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현재 예상대로면 시멘트 업계는 2017년까지는 무상할당이 되지만 2020년까지는 3%, 그 이후에는 10% 이상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도홍기 쌍용양회 환경경영팀장은 "만약 10%가 유상으로 할당된다면 업계의 부담은 약 467억원에 이른다"며 "지난해 시멘트 업계 영업이익 579억원의 대부분을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하는 데 써야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의 경우 시멘트 산업을 100% 무상할당업종으로 지정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내수산업으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시멘트 업계의 녹색성장 노력을 인식하고 정책적인 배려를 해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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