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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이대로 좋은가] 1부. 방카슈랑스의 명암
입력2004-08-31 16:51:34
수정
2004.08.31 16:51:34
1. 도입1년, 들끊는 논쟁 "트리플 윈 커녕 보험대란 부른다" <br>"보험료 인하 소비자혜택 없고 보험업계 생존기반 위협·설계사 대량실직" 주장<br>은행권선 "원스톱 쇼핑등 효과 서서히 발생" 반박
[방카슈랑스 이대로 좋은가] 1부. 방카슈랑스의 명암
1. 도입1년, 들끊는 논쟁 "트리플 윈 커녕 보험대란 부른다" "보험료 인하 소비자혜택 없고 보험업계 생존기반 위협·설계사 대량실직" 주장은행권선 "원스톱 쇼핑등 효과 서서히 발생" 반박
신계약 건수 95% 은행권 통해 판매
“이대로 가면 실업자로 전락하는 보험 설계사가 속출하고 보험산업은 은행에 종속될 것입니다.”
9월로 방카슈랑스(Bancassurance)가 도입된 지 1년. 보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도록 허용한 방카슈랑스는 보험료를 낮추고 보험가입을 편리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고 금융산업의 공동 발전을 도모한다는 게 도입취지다.
하지만 보험료는 낮아지지 않았고 금융산업이 공동 발전하기는커녕 보험산업의 생존기반만 뒤흔들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을 뿐이다.
방카슈랑스 도입 1년을 맞아 시리즈로 그 동안의 득(得)과 실(失)을 따져보고 갈수록 첨예하게 대립되는 보험과 은행업계의 갈등구조를 풀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본다.
지난 8월 2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전국손해보험노조 소속 노조원이 ‘소비자가 봉이냐’ ‘은행만 살판났다’는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로 5일째 시위다. “보험노동자 다 죽이는 자동차보험 방카슈랑스를 철회하라”는 게 시위의 요지.
하루씩 돌아가며 벌인 이 ‘1인 시위’는 이날로 끝이 났지만 전국손해보험 노조는 2단계 방카슈랑스가 연기될 때까지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 도입저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이 총력저지에 나서고 있는 자동차보험 방카슈랑스의 도입시기는 내년 4월. 보장성 보험의 은행 판매가 허용되는 것과 함께 2단계 방카슈랑스의 핵심이다. 이미 1년 6개월 전에 합의돼 공표된 사항으로 이를 철회하라는 것은 ‘법(시행령)’을 바꾸라는 얘기다. 물론 도입 1년 만에 법을 바꾸라는 것 자체가 억지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절박하다는 게 보험업계의 하소연이다.
◇“2단계 방카슈랑스는 보험대란 야기”= “은행 직원 1명이 1년 동안 자동차보험 10건씩만 판매해도 은행권의 자보시장 점유율은 10%를 웃돌게 됩니다. 은행의 영업력을 감안하면 시행 첫해 은행이 자동차보험시장의 35%를 점유하면서 최대 3만명의 보험설계사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 입니다.”
김성민 손해보험협회 이사는 “2단계 방카슈랑스는 보험업계에는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한다. 또 지난 1년 동안 방카슈랑스 효과는 당초 기대와는 크게 빗나갔다고 항변한다.
도입 당시 소비자에게는 ‘원-스톱 쇼핑’ 등 보험가입의 편의성과 보험료 인하혜택을, 보험사에게는 새로운 판매채널을 이용한 신시장 확보를, 은행에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 기회를 줘 ‘트리플 윈’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1년 뒤인 현 시점에서는 은행의 수익만 늘어났을 뿐 소비자와 보험사의 혜택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은행판매가 허용되면 설계사의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고 중소형 보험사들이 줄줄이 경영위기로 내몰려 ‘카드대란’에 버금가는 ‘보험대란’이 야기될 것이란 지적이다.
생존기반을 잃을 것이라는 위기감은 생보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 동안 연금ㆍ저축보험 시장의 64.9%를 은행권에 빼앗긴 생보사들도 2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돼 보장성보험의 은행 판매가 허용되면 이 시장 역시 절반을 은행권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박한철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보장성 상품은 설계사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주 소득원”이라며 “방카슈랑스의 확대 시행과 함께 은행이 이 시장을 잠식하면 설계사들의 대량 실업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소득을 ‘은행’이 빼앗아가는 부작育?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폭되는 보험-은행권 갈등=물론 은행권의 주장은 다르다.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 기대했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으며 내년 4월 확대 시행과 함께 그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고객이 원-스톱(One-stop) 쇼핑을 통한 종합금융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졌고 보험상품도 더 저렴해졌다는 설명이다.
강봉희 은행연합회 상무는 “저축성보험의 경우 인하 요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품은 보험료가 저렴해졌다”며 “보장성 및 자동차보험의 경우 관리비가 대폭 줄어들어 가격이 인하되고 그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불완전 판매와 은행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보험 꺾기’ 등도 금융당국이 탄력적으로 규제하면 제도를 시행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와는 확연히 다른 시각차다.
◇“효과는 거의 없고 부작용만 크다”=은행권 주장에 대해 보험업계의 반박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미 지난 1년 동안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은 “방카슈랑스 도입 효과는 이미 1단계 운영에서 실패 했음이 검증됐다”며 “은행권이 지금처럼 수익성 우선의 방카슈랑스 영업을 편다면 2단계 방카슈랑스에서도 보험료 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판매 상품 수가 늘어나면서 불완전 판매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보험전문가들은 2단계 방카슈랑스 도입에 앞서 방카슈랑스가 그 취지와 명분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 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경룡 서강대 교수는 “우리나라 방카슈랑스는 소비자들이 큰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보험사들은 경영 부실화의 부담을 안은 채 운영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 제도로 인해 금융산업 전체가 큰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선진 금융제도인 방카슈랑스가 우리나라에 수입된 후 제대로 ‘첫 발’을 내딛었는지를 따져보고 먼저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카슈랑스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창구에서의 보험상품 판매, 또 금융업종 간의 영역철폐를 의미하는 '방카슈랑스(Bancassurance)'는 '은행과 보험'의 영문 합성어. 1950년대 프랑스에서 대출과 관련된 보험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한 데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0년대 초 재정경제부 자문기관인 금융발전심의위원회에서 도입의 필요성을 처음 논의했다. 금융산업의 국제화와 금융 겸업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제도 중 하나로 도입이 추진됐다. 이후 지난 2000년 8월 일몰 조항으로 2003년 하반기 시행이 공표됐고 지난해 보험업법이 개정되면서 세 차례에 걸친 단계별 시행을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는 연금ㆍ저축보험과 주택화재ㆍ특종보험 등을 은행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내년 4월부터는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으로 대상 상품이 확대된다. 또 방카슈랑스 마지막 단계로 오는 2007년에는 생명ㆍ손해보험 전 상품의 방카슈랑스 영업이 허용된다.
*특별취재팀: 박태준ㆍ최인철ㆍ조영주ㆍ김정곤기자
입력시간 : 2004-08-3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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