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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1일 경영진 비리의혹 으로 비화된 ‘신한 사태’와 관련해 동반퇴진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사실상 경영 후임구도 논의를 공식화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라 회장이 이날 사실상 ‘조기 퇴진 불가’ 입장을 표명한 것은 2013년 임기까지 마치겠다는 의미보다는 경영진 공백 사태를 수습할 때까지만 자리를 지키겠다는 한시적 유임론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라 회장이 이날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도 그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날 라 회장이 경영진 동반퇴진 불가 입장을 에둘러 밝힌 것은 금융당국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발언이라기 보단 불명예퇴진과 경영 차질을 피해 ‘모양새 좋게’ 퇴진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길을 열어달라는 요청으로 풀이된다. 그 시한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권은 라 회장이 불명예 퇴진의 멍에를 벗어나기 위해선 ▦투명한 경영 후임구도 마련 ▦실명제 위반 및 비자금 관련 의혹 등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전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중 실명제 위반이나 비자금 관련 의혹은 금융당국이나 수사당국 등이 풀어야 할 문제다. 반면 후임구도 논의는 라 회장의 재량으로도 충분히 조기 추진할 수 있다. 라 회장이 이날 경영후임자나 직무대행 선임을 묻는 질문에 대해 “아직 논의하지 못했다”면서도 “이사회에서 조직 안정과 발전을 위해 충분한 논의를 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신한지주의 이사회의장을 맡고 있는 전성빈 사외이사 역시 사태수습과 관련해 이날 “라 회장도 (이사회가) 알아서 잘 할거라고 맡긴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라 회장 후임구도에 대해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전ㆍ현직 신한 경영인이 1순위‘라는 전제가 깔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한지주의 재일교포 주주단과 신한은행 노조가 내세우고 있는 원칙이다. 재일교포 주주단은 이사회 의석 12석중 3분의 1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전ㆍ현직 신한 출신 경영인중에서 후보가 마땅치 않거나 후보 당사자들이 고사할 경우엔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 같은 후임구도 논의나 경영공백 방지도 최소한 금융감독원이 오는 11월 4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라 회장에게 ‘직무정지‘이상의 징계를 내리지 않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만약 직무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게 되면 라 회장은 현 임기를 보장받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해야 하며, 후임자 역시 촉박한 시간 내에서 구해야 돼 신한 출신 1순위라는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 라 회장은 실명제 위반의 논란을 산 차명계좌 개설을 “옛날에 밑(아랫사람)에게 시킨 것”이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여기서 옛날이란 금융실명제법이 제정된 1997년 이전으로 풀이된다. 즉 법 시행 이전에 개설한 것은 실명제 위반으로 소급해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 담긴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측은 라 회장이 실명제 위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증거가 있다고 장담하고 있어 중징계 방침 자체가 번복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라 회장이 금감원 중징계의 고비를 넘기더라도 검찰 수사라는 또 다른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 신상훈 사장의 고문료 횡령 혐의와 관련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유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 회장의 한시적 유임 입장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최소한 검찰수사 발표와 금감원 징계수위 확정이 예정된 이달말부터 다음달초가 돼야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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