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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39)씨는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자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다소 무리다 싶을 만큼 근육운동을 하게 됐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역기를 들 때마다 사타구니 근처에 불룩 튀어나온 것이 만져졌다. 인근 병원을 찾은 박씨에게 내려진 병명은 탈장. 박씨는 내원 당일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받고 다음날 바로 복강경으로 탈장 수술을 받았다. ◇복압 증가와 복벽 약화가 탈장의 원인=탈장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탈장수술은 지난 1999년 약 1만7,000건에서 2007년 약 3만4,000건으로 최근 8~9년 사이에 급격한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7년 전체 수술건수(약 147만건) 중 탈장수술이 차지한 비율은 2.3%에 달한다. 탈장이란 내장이 복벽 밖으로 밀려나온 상태를 말한다. 내장을 받쳐주는 복벽과 근육층이 터지면서 그 압력에 의해 얇은 복막이 터진 복벽 사이로 풍선처럼 튀어나오고 그 속으로 장이 밀려나오는 것이다. 탈장이 생기면 기침을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사타구니∙배꼽∙옆구리 등에 계란만한 크기로 불룩하게 튀어나온 덩어리가 만져진다. 서있거나 배에 힘을 줬을 때 볼록한 것이 도드라지지만 누울 경우 뱃속으로 들어가 만져지지 않는다. 탈장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복압의 증가와 복벽 조직의 약화로 나눌 수 있다. 복압은 주로 무거운 짐을 자주 드는 경우, 만성 변비가 있어 변을 볼 때 지나치게 힘을 주는 경우 등에 높아진다. 복벽 조직을 약화시키는 원인은 흡연이 대표적이다. 또한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복벽근막이나 근육이 약해져 탈장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복부 비만은 복압의 증가와 복벽 조직의 약화 두 가지 원인을 모두 제공한다. 소화기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의 임정택 전문의는 "복부 비만이 심한 경우 복강 내의 과도한 지방 때문에 복압이 상승하게 되며 동시에 복벽은 지나치게 늘어나 조직이 약해지면서 탈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무리한 복근 운동은 '스포츠 탈장' 유발=과격한 운동 등으로 복부 근막이 손상돼 탈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른바 '스포츠 탈장'이라 불린다. 축구∙야구∙격투기 등 과격하고 허리를 많이 구부리는 운동선수들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일반인에게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무리한 복근 운동은 복벽에 과도한 긴장과 복압의 상승을 일으켜 탈장을 유발할 수 있다. 탈장은 통증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그러다 보니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탈장이 생기면 서있거나 배에 힘을 줬을 때 장의 일부가 튀어나오지만 손으로 누르거나 누울 경우 도로 뱃속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한정된 구멍을 통해 빠져 나왔던 장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일부가 그대로 남는다는 데 있다. 남아 있는 장에 피가 통하지 않아 탈장을 계속 방치하면 장기가 썩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성인 남성의 경우 특히 사타구니에 생기는 '서혜부 탈장'이 전체 탈장의 약 75%를 차지한다. 전문의들은 서혜부 탈장을 방치할 경우 불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탈장이 생기면 뱃속을 이탈한 장이 내려와 정관을 눌러 고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의 높은 온도가 고환의 온도를 높여 인체 온도보다 낮은 환경에서 정자생성 능력을 발휘하는 고환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임 전문의는 "탈장을 방치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복벽이 약해져 탈장 부위가 점점 커지고 탈장된 부위가 썩는 경우 장을 절제해야 하므로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복강경 수술로 수술시간 단축=탈장 치료의 최선의 방법은 바로 수술이다. 탈장은 자연치유를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약물로도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탈장의 치료에 있어 피부 절개를 최소화하는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한다. 가능하면 직접 절개하는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을 시행함으로써 환자의 수술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앞당기는 것이다. 최근에는 복강경을 이용한 무장력 수술을 통해 탈장을 치료한다. 복벽 안쪽에 인조그물을 넣어 복벽의 구멍을 튼튼하게 보강하는 방식이다. 복압을 인조그물 전체로 분산시키고 탈장이 생길 수 있는 틈새를 제거한다.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도 그에 비례해서 막은 부위가 더 튼튼하게 고정되는 효과가 있어 재발이 거의 없다. 또한 수술 후 상처가 거의 없어 그만큼 일상생활의 복귀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수술 환자의 95% 이상은 24시간 이내에 퇴원이 가능하다. ◇무리한 복근 운동 피하고 담배 끊어야=탈장은 주로 일상생활과 연관이 있는 만성적인 복압의 상승과 복벽의 약화로 발생하므로 무엇보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무거운 짐을 드는 것을 자제하고 장시간 서있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한 복압이 높아지지 않도록 하려면 배변시 배에 지나친 힘을 주는 것을 피하며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복벽을 약화시킬 수 있는 담배는 끊어야 한다. 외부의 심한 충격에 의해서도 탈장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탈장의 예방에는 적당한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동을 통해 복부 비만을 예방하고 복벽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다. 특히 무리한 복근운동이나 몸을 갑자기 비틀거나 당기는 행위는 오히려 복부 근막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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