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업체 Y사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M&A) 협상을 6개월간 진행하다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긴 실랑이 끝에 확보한 인수 대상 중국 기업의 자료에서 상당한 규모의 분식회계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 M&A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음료업체 B사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기업을 인수하고 보니 우발채무가 잔뜩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에 인수했는데 예기치 못한 부채까지 떠안게 돼 몇년간 적자를 각오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외자기업 우대를 철폐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우회진출을 위해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M&A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투명하지 못한 중국의 회계 등으로 ‘손해를 보는 M&A’ 가 속출하고 있다. 14일 회계법인인 삼정KPMG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중국 기업 M&A는 몇 년 전만 해도 한해 2~3건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서는 국내 기업들로부터 수십 건의 M&A 문의가 들어왔고 10여건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수 대상 기업들에서 분식회계ㆍ우발채무 등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딜(deal)’이 성사되는 경우는 전체의 10%선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정KPMG는 국내 기업의 중국 M&A 자문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컨설팅 업체다. 진배석 삼정KPMG 중국전문팀 회계사는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가 어려워지자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M&A를 추진하겠다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 기업 M&A는 선진국 기업인수와 크게 달라 기업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분식회계ㆍ회계조작 등 재무제표를 100% 신뢰할 수 없는데다 숨겨진 우발채무도 적잖아 무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또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어 일정 리스크를 안고 회사를 매입하는 경우가 적지않다는 점도 문제다. 인수 후 우발채무가 발견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회사가 꽤 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수출입은행이 중국 내 진출기업(직접 및 M&A 포함)을 대상으로 지난 2005년과 2006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조사 대상 업체의 절반가량이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진 회계사는 “국내 기업의 중국 M&A는 주로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이들 기업은 감사보고서 입수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드러나지 않았지만 철저한 사전조사 없이 M&A를 진행해 손해를 본 사례가 매우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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