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많은 로펌은 10년 이상 전문화ㆍ대형화해왔다. 일본과 경제규모를 비교할 때 로펌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다. 일부 외국 로펌이 강한 분야가 있겠지만 나머지는 (국내 로펌이) 잘 지킬 것 같다.”(A로펌 대표 변호사) 국내 로펌들의 이 같은 안이한 인식과는 달리 서울경제가 기업 법무팀 소속 변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 변호사들은 대부분 선택의 여지가 없어 국내 로펌에 일을 맡기고 있고 외국 로펌에 비해 서비스 질이나 경쟁력이 한참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기업, 국내 로펌에 경고 보낸 셈”=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국내 로펌의 경쟁력에 의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국내외 로펌에 대한 경쟁력 평가가 가능한 기업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여 더욱 그렇다. 그동안 국내 주요 로펌들은 시장개방에 대비해 준비를 많이 했고 능력도 갖춰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기업의 주요 정보노출 등의 우려 때문에라도 국내 로펌을 당연히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다소 안이한 시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들은 비싼 자문료에 비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로펌 변호사들이 불친절하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외국 로펌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언제든지 외국 로펌에 일을 맡길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분석돼 로펌을 긴장시킬 전망이다. 기업 법무팀의 한 관계자는 “국내 로펌의 서비스 경쟁력이 외국 로펌에 비해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설문 결과는 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시장 수성해야 해외진출도 성공=일부에서는 국내 로펌들이 해외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시장의 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변호사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 법률시장 규모가 외국 유수 로펌의 한해 매출과 맞먹을 정도의 규모에 불과하지만 이 시장마저 외국 로펌에 빼앗기면 외국 진출도 탄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김동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최근 국감자료를 통해 “국내 로펌이 시장개방에 대해 너무 안이한 측면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일부에서는 국내 로펌들이 수십년간 국내 시장에만 안주, 시장개방에 따른 전략이 부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로펌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직전환이나 내부조직 개편 등 특단의 대책을 좀더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도 로펌들의 실질적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조직전환에 따른 세금 부과를 면제하는 등 정책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로펌들은 주장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 어떻게 되고 있나=국회 비준을 거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되면 국내 법률시장은 3단계에 걸쳐 개방된다. 협정발효와 동시에 시작되는 1단계 개방시기에는 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외국법자문사무소) 설립이 가능하다. 협정발효 뒤 2년 내로 잡힌 2단계 개방 때는 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와 국내 로펌간 업무 제휴를 허용한다. 협정 발효 뒤 5년 내 시행하기로 약속한 3단계 개방시기에는 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동업이 허용되고 동업 로펌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완전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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