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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농협·산은 신진그룹 약진 속 4대 지주 1위 싸움 '무림 금융'

●금융지주사 숨막히는 경쟁

강만수 회장

신충식 회장

김정태 회장

한동우 회장

이팔성 회장

어윤대 회장

자산·당기순익 기준 따라 순위 엎치락 뒤치락

우리금융 누가 품느냐에 따라 구도 확 뒤바뀔 듯

신진세력 100% 토종 자본 앞세워 공격 마케팅

4대 지주, 비은행 부문 강화·해외진출 적극 모색


금융계는 요즘 격변기다. 농협금융지주가 새로 출범을 했고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과 합병을 하면서 덩치가 커졌다. 여기에 HSBC 서울지점 인수를 앞둔 산은금융지주는 다이렉트뱅킹 상품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빠른 속도로 개인금융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신진세력'의 약진이다.

그렇다 보니 기존의 '4강(우리ㆍKB금융ㆍ신한ㆍ하나, 총자산 기준)' 혹은 '1강(신한)ㆍ3중(우리ㆍKB금융ㆍ하나, 포트폴리오 및 당기순이익 기준)' 구도의 금융지주 질서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절대 강자가 없는 무림 같은 금융에서 기존의 질서를 지키려는 강자, 치고 올라가려는 신진, 그리고 인수합병(M&A)으로 과거의 1위를 되찾으려는 중간자 등 싸움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약한 고리를 상쇄하기 위해 비은행 부문의 M&A를 추진하거나 해외시장을 노크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절대 강자가 없는 현재의 금융지주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우리금융에 대한 3차 매각 작업이 진행되자 매각 이후 구도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다른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누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금융계 질서가 확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 "설령 인수 의지가 없더라도 매각 동향에는 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끊이지 않는 서열을 둘러싼 묘한 경쟁=서열을 둘러싼 금융지주사의 경쟁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들의 전체회의 때 자리배치 등에서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해당 금융기관도 '서열'에는 상당히 민감해 한다. 예컨대 은행연합회의 은행순서는 가입순으로 하는데 과거 5대 시중은행은 '조ㆍ상ㆍ제ㆍ한ㆍ서(조흥ㆍ상업ㆍ제일ㆍ한일ㆍ서울은행)'의 서열이었다.

이런 흐름은 과거 5대 은행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에도 남아 있다. 인수를 한 은행이 그 자리를 꿰찼다.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회의를 할 때는 산업은행과 농협은행을 빼고 그 다음으로 '신한은행(조흥은행 인수), 우리은행(상업ㆍ한일은행 인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제일은행 인수), 하나은행(서울은행 인수)'의 순서다.



금융지주의 서열도 어디에 방점이 찍히느냐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통상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는 'KBㆍ우리ㆍ신한ㆍ하나금융' 순으로 불러왔다. 주택은행과 합병으로 탄생한 KB국민은행이 은행 부문에서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영향이 작용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자산을 기준으로 할 때는 '우리ㆍKBㆍ신한ㆍ하나'의 순서다. 당기순이익이 기준이 되면 '신한ㆍKBㆍ우리ㆍ하나'로 바뀐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이마저도 변했다. 자산이나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하나금융은 단번에 각각 3위로 2위로 치고 올라간다. 자산 기준으로 현재 절대 강자로 불리는 신한금융이 4위로 밀린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서열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당기순이익이나 생산성 기준으로 보면 신한이 가장 앞서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0% 국내자본"…신진세력들의 공격=4대 금융지주의 서열 다툼이 진행되는 와중에 농협금융과 산은금융 등의 신진세력도 영역 다툼에 뛰어들었다. 갈수록 이들의 영역 확장에 가속도가 붙고 '100% 토종 자본' 등의 마케팅 전략으로 기존 4대 금융지주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자산 242조원 규모의 농협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보다는 아직 자산 규모 등에서 뒤진다. 하지만 오는 2020년까지 자산을 420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100% 토종 은행'이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했다.

애국주의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인데 배우로는 최민식ㆍ송강호ㆍ설경구 등 중년 연기파 배우를 앞세우면서 광고 효과도 높다. 신충식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3월 취임 이후 줄곧 "순수 국내 자본으로 설립한 유일한 민간 금융회사답게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잠식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KBㆍ신한ㆍ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이 모두 60%를 웃돌고 우리금융지주도 20%를 넘는 것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예대마진과 수수료 장사로 번 돈으로 고배당을 하면서 외국인 주머니만 불려주고 있다는 인식을 적절히 이용도 하고 있다. 여기에 산은금융은 다이렉트뱅킹을 활용한 고금리 정책으로 개인금융 부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이렉트뱅킹이 나온 뒤 벌써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흡수했다.

농협금융이나 산은금융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기존 금융지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민족자본을 내세우는 건 시대착오적일뿐더러 편 가르기 마케팅이다"라고 비판했다. 산은금융의 높은 금리에 대해서도 "다이렉트뱅킹 정기예금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1.5%포인트 안팎이나 높은데 지나치게 앞서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M&A와 해외진출로 역공…"1등 자리 꿰차야"=4대 금융지주도 역공을 암중모색하고 있다. 밀릴 경우 한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 탓이다. 이에 따라 이들 4대 금융지주는 금융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외 M&A를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와 해외 진출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내 은행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4대 금융지주는 증권ㆍ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강화를 시도하기 위해 매물로 나온 보험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ING생명 코리아만큼 좋은 회사가 없다"면서도 "다만 가격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하나금융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보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좋은 기회가 있다면 관심을 둘 것"이라고 보험사 인수 의사를 피력했다.

해외 진출 확대 전략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해외 진출의 경우 비은행보다는 노하우가 어느 정도 축적된 은행업을 중점으로 차근차근 시도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중국ㆍ인도ㆍ베트남 등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이나 M&A가 성장동력을 찾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금융지주 간의 세력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절박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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