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행사에는 현정은 회장을 비롯해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현 회장은 현안에 대한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현 회장은 “기자들은 휴가 안 가시나요”라는 정도의 인사치레만 할 뿐이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현 회장의 이 같은 침묵은 어떤 말을 해도 곤란할 수 밖에 없는, 굉장히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그룹은 현재 여러 시련을 겪고 있다. 채권단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수 년 전부터 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하고자 했던 현대건설 인수전에서도 범 현대가라는 복병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인 대북관광사업도 2008년 7월 북한군의 총격으로 남한 관광객이 숨지면서 2년째 중단돼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이날 추모식은 현대그룹 임직원들에게는 비장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다짐의 장이 됐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전 임직원들이 마음속으로 위기를 잘 극복하고자 다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의 김중겸 사장과 임직원도 현 회장보다 30분 앞서 추모를 마쳤다. 특히 현 회장은 김 사장을 만나 악수를 하고 담소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고 정 회장의 형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현대그룹을 제외한 범 현대가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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